"목표가 모호하면 결과도 모호하다"
Chapter 4에서 조직을 제대로 구성했다면, 이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야 한다.
7년간 FUTURE9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스타트업을 만나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
처음에 했던 실수: "좋은 걸 다 해보자"
2017년 첫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나는 완전 초보였다. 액셀러레이터 담당자가 물어봤다.
액셀러레이터: "이번 프로그램 목표가 뭔가요?"
나: "좋은 스타트업들과 다양한 협업을 해보고 싶어요."
액셀러레이터: "구체적으로 어떤 협업이요?"
나: "음... 신기술도 도입하고, 새로운 사업도 해보고, 기존 사업도 개선하고..."
액셀러레이터: "(속으로) 이거 완전 산만하네..."
3개월 후 결과:
지원 스타트업: 165개 / 선발 9개
실제 협업: 6~7개 / 8개 기업에 소액 투자
성과: 대부분 단발성 협업, 지속성은 2~3개, 투자성과는 1~2개 Exit
문제점: 목표가 너무 넓어서 집중할 수 없었고, 현업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실패 후에 목표를 명확히 구분하기 시작했다.
1) 신시장 개척형
목표: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 진출
특징:
리스크 높음, 성과 나올 때까지 긴 시간 필요
현업 이해도 낮음 (새로운 영역이라)
CEO/임원급 관심과 지원 필수
실제 사례 - 트립비토즈 (여행 플랫폼): 2018년, 직접 OTA플랫폼을 운영하는 건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다.
현업: "우리가 왜 여행 플랫폼을 해? 우리는 카드회사잖아."
나: "여행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서 맞춤형 여행 상품을 추천할 수 있어요."
현업 차장: "그게 카드 매출 증대와 연결이 돼?"
나: "네, 여행 특화 카드 사용을 늘리고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거죠."
해결책: 임원이 "디지털 플랫폼 사업 진출"을 전략 과제로 선언하고, 소수 정예 TF팀을 구성해서 집중 추진했다.
결과: 월 거래액 1억원 → 30억원 (30배 성장)
실제 사례 - AB180 (데이터 플랫폼): 2020년, 외부 제휴사들의 광고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건 카드사 입장에서 새로운 영역이었다.
현업: "제휴사 데이터를 우리가 직접 분석한다고? 그게 가능해?"
나: "AB180이 통합 광고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제공해요."
현업 팀장: "보안 문제는? 개인정보는?"
나: "익명화된 데이터만 활용하고, 실시간 360도 고객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결과: 제휴사간 마케팅 효율 300% 개선, 광고비 절감 연 5억원
신시장 개척형 성공 포인트:
CEO/임원급의 강력한 의지 표명 필요
실패 가능성에 대한 사전 공감대 형성
장기적 관점의 투자 (1-2년 이상)
소수 정예로 집중 (한 번에 3개 이하)
2) 신사업 발굴형
목표: 기존 사업과 연관성은 있지만 새로운 수익원 개발
특징:
적당한 리스크, 6개월-1년 내 성과 확인 가능
현업 이해도 중간 (연관성 있어서)
실제 사례 - 페이민트 (결제선생-학원비 간편결제): 2021년, KB Pay 내에서 학원비를 간편하게 결제하는 서비스는 기존 결제와 연관은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었다.
현업: "학원비 결제? 이게 시장이 있어?"
나: "학원비 시장이 연 10조원이 넘어요. KB Pay에 통합하면 사용자도 늘고."
현업: "학부모들이 정말 쓸까?"
나: "페이민트가 이미 검증된 서비스고, KB Pay에 통합만 하면 돼요."
결과: KB Pay 내 학원비 간편결제 서비스 런칭, 신규 사용자 확보 (2024년 결제선생 거래액: 2.5조원)
실제 사례 - 오아시스비즈니스 (상점 데이터 활용): 2022년, 카드 가맹점 데이터를 활용한 B2B 부동산 서비스는 신사업 영역이었다.
현업: "우리 상점 데이터로 부동산 서비스를 한다고? 신기한데..."
나: "상점 매출 데이터로 상권 분석을 해서 부동산 가치평가를 할 수 있어요."
현업: "카드 마케팅이랑 연결이 되나?"
나: "새로운 수익원이 생기고, 가맹점들한테도 가치를 제공할 수 있죠."
현업: "6개월 테스트해보고 성과 나오면 확대하는 걸로."
결과: 상점 데이터 연계를 통한 신사업 고도화 추진 (10억원 투자 집행)
신사업 발굴형 성공 포인트: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명확히 제시
단계적 접근 (파일럿 → 확대)
명확한 수익 모델과 성과 지표
현업 팀장급의 적극적 참여
3) 일방적 소통
실패 사례: 현업: "저희는 주로 20-30대 고객이 많은데..."
스타트업: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희 서비스는 모든 연령대에 적합해요."
현업: "우리 특성상 보안이 중요한데..."
스타트업: "보안은 당연히 하죠. 그것보다 저희 기술 장점을 말씀드리면..."
→ 탈락 이유: 현업의 니즈 무시, 일방적 홍보
4) 준비 부족
실패 사례: 현업: "도입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스타트업: "음... 그건 협의해서 정하면 되죠."
현업: "대략적으로라도요." 스타트업: "한 달? 아니면 두 달?"
현업: "정확히 준비 안 하고 오셨네요."
→ 탈락 이유: 구체적 계획 없음, 성의 부족
현실성 평가 (30%)
좋은 예:
이미 런칭된 서비스가 있음
실제 사용자와 매출이 있음
구체적인 기술 구현 방법 제시
현실적인 일정과 리소스 계획
나쁜 예:
"곧 개발 완료 예정"
"혁신적 아이디어로 시장 선도"
"특허 출원 중"
"투자만 받으면 가능"
적합성 평가 (25%)
KB카드와의 접점:
결제/금융: 간편결제, 디지털 지갑, 금융 데이터 분석
마케팅: 개인화 마케팅, 광고 효과 측정, 고객 분석
고객서비스: 챗봇, 콜센터 자동화, 고객 만족도 개선
운영 효율: 업무 자동화, 프로세스 개선, 비용 절감
신사업: 새로운 수익원, 플랫폼 사업, 제휴 서비스
적합성 판단 질문:
"KB카드 직원들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가?"
"KB카드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가?"
"KB카드 매출/효율 개선에 기여하는가?"
성장성 평가 (20%)
평가 요소:
시장 크기: TAM(Total Addressable Market) 규모
경쟁 우위: 차별화된 경쟁력
확장성: 다른 기업으로 확산 가능성
수익 모델: 지속 가능한 매출 구조
좋은 성장성 지표:
월간 성장률 10% 이상
고객 유지율 80% 이상
명확한 Unit Economics
추가 투자 계획과 로드맵
최종 선발 후 3개월이 진짜 승부다.
선발만 하고 방치하면 대부분 실패한다.
첫 달: 온보딩과 팀 빌딩
이게 우리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별점이었다.
다른 기업들은 스타트업을 불러서 "우리한테 제안해봐"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반대로 했다.
리버스 IR (Reverse IR):
참석자: 현업 2-3명 + OI팀 전체 + 투자 담당자 + 외부 전문가 (총 5-10명)
장소: 스타트업 사무실 방문
시간: 2-3시간
내용:
KB 전략 방향 공유 (30분)
조직 구성과 의사결정 프로세스 설명 (30분)
각 현업 부서 업무와 고충 소개 (각 10분씩)
기업 문화와 협업 프로세스 안내 (20분)
스타트업 사무실 투어 및 팀 소개 (20분)
함께 브레인스토밍: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우선 정의 후, 소거법을 통해 우선 순위 결정
실제 리버스 IR 현장:
KB카드 마케팅 팀장:
"저는 마케팅팀 김 팀장입니다. 저희 팀 가장 큰 고민이 20대 고객 확보인데..."
KB카드 데이터팀 차장: "저희는 데이터 분석을 하는데, 광고 효과 측정이 어려워서..."
스타트업 대표: "아, 그럼 저희 솔루션으로 정확히 그걸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OI팀장(나): "그럼 우선순위를 정해볼까요? 3개월 안에 할 수 있는 것부터."
스타트업들의 반응:
"대기업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우리 사무실까지 와줄 줄 몰랐어요."
"현업분들을 직접 만나니까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졌어요."
"다른 프로그램은 담당자만 만났는데, 여기는 진짜 협업할 사람들을 다 만났어요."
"KB카드의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미리 알게 돼서 좋았어요."
리버스 IR의 효과:
스타트업이 KB카드 내부 상황을 정확히 이해
현업이 스타트업을 직접 보고 신뢰 형성
협업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즉시 나옴
"우리 vs 너희"가 아닌 "우리 함께" 분위기 조성
Week 2-3: 시스템 세팅
사내 시스템 및 데이터 구조, 프로세스 설명
업무 공간 배정 (필요시)
담당자 소개 및 조직도 공유
Week 4: 첫 번째 마일스톤
기초 분석 결과 공유
초기 프로토타입 시연
이슈 사항 점검 및 해결
둘째 달: 본격 협업
Weekly 또는 수시 미팅
진행상황 공유
이슈 해결 토론
다음 주 계획 수립
실제 Weekly 미팅 내용:
Week 5: 스타트업 대표: "고객 데이터 분석 완료했습니다. 예상보다 20대 비중이 높네요."
현업 차장: "그럼 20대 타겟 마케팅이 더 효과적이겠군요."
OI팀장: "다음 주까지 20대 특화 캠페인 기획해주세요."
Week 6: 스타트업 대표: "20대 캠페인 기획했는데, 예산은 얼마나 가능할까요?"
현업 차장: "일단 1천만원으로 테스트해보죠."
OI팀장: "예산 승인 절차 도와드릴게요."
Monthly Review (매월 마지막 주)
월간 성과 리뷰
다음 달 목표 설정
필요시 계획 수정
셋째 달: 성과 창출과 평가
Week 9-10: 성과 측정
KPI 기반 성과 측정
ROI 계산
사용자 피드백 수집
Week 11: 중간 평가
임원 보고 (진행상황 및 성과)
지속 여부 결정
추가 지원 필요사항 논의
Week 12: 최종 평가
3개월 성과 발표
향후 계획 수립 (확대/축소/중단)
투자 검토 여부 결정
문제 1: 현업의 우선순위 변경
상황:
현업 차장: "이번 주는 다른 일이 급해서 미팅 못할 것 같아요."
스타트업 대표: "그럼 언제쯤 가능하세요?"
현업 차장: "다음 주도 좀... 그 다음 주는 어떤가요?"
해결책 (OI팀장 역할):
나: "차장님, 이 프로젝트 중요도가 어느 정도인지 다시 정리해드릴게요."
임원진 관심 사항임을 재확인
다른 업무와의 우선순위 조정
필요시 임원 에스컬레이션
문제 2: 기술적 한계 발견
상황:
현업 차장: "테스트해보니까 정확도가 너무 떨어져요. 실용성이 없는 것 같은데..."
스타트업 대표: "더 많은 데이터가 있으면 개선될 거예요."
현업 차장: "언제까지 얼마나 개선될지 확실하지 않잖아요."
해결책:
현실적 목표로 조정
단계적 개선 계획 수립
필요시 외부 전문가 자문
최악의 경우 프로젝트 중단도 고려
문제 3: 소통 문제
상황:
현업 차장: "스타트업 사람들이 우리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스타트업 대표: "현업분들이 기술을 이해 못하시는 것 같아서..."
해결책 (OI팀장의 중재 역할):
서로의 관점 이해시키기
소통 방식 개선 (기술 용어 → 비즈니스 용어)
정기적인 화상 회의로 얼굴 보고 소통
필요시 외부 중재자 투입
성공 확률을 높이는 운영 노하우
1) 명확한 Exit Criteria 설정
프로그램 시작할 때부터 **"언제 중단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좋은 Exit Criteria:
"2개월 내 고객만족도 5% 향상 못하면 중단"
"1개월 내 기술 검증 실패하면 중단"
"현업 참여도 50% 미만이면 중단"
나쁜 Exit Criteria:
"잘 안되면 중단"
"성과가 없으면 그만"
"상황봐서 결정"
2) 단계별 성과 확인
월별 체크포인트:
1개월: 기술적 타당성 및 고객 반응 확인
2개월: 초기 성과 측정
3개월: ROI 계산 및 확대 여부 결정
3) 내부 커뮤니케이션 관리
상황 공유 대상별 메시지:
임원진 보고:
전략적 가치와 장기적 관점
숫자 중심의 간결한 보고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만
현업 팀장 소통:
실무적 도움과 즉시 효과
업무 부담과 혜택의 균형
구체적 일정과 역할
스타트업 관리:
현실적 기대치 설정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공
정기적 피드백과 격려
5.4 프로그램 운영의 현실적 조언
"완벽한 프로그램은 없다. 계속 개선하는 프로그램만 있을 뿐"
7년간 FUTURE9를 운영하면서 매년 프로그램을 조금씩 개선했다.
첫 해와 7년차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이 됐다.
FUTURE9 6년차때는 모집 시 부터 KB국민카드 뿐 아니라, 현대건설, 현대이지웰, DB손해보험, KB캐피탈 등 기업과 스타트업을 매칭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었다.
(연도별 프로그램 진화 과정) 이 부분은 따로 언급을 해야 할 것 같다.
매년 개선해온 운영 노하우들
1) 모집 공고 최적화
2) 평가 기준 구체화
3) 현업 참여 시스템 고도화
다른 기업이 벤치마킹할 때 주의사항
1) 우리 회사 상황에 맞게 조정하라
2) 단계적으로 시작하라
3)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프로그램 운영자를 위한 마지막 조언
1) 혼자 하려고 하지 마라
9년 경험으로 확신한다. OI는 절대 혼자 할 수 없다. 현업, 외부 전문가, 액셀러레이터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
2) 완벽을 추구하지 마라
첫 프로그램은 어차피 실패할 확률이 높다. 완벽한 계획보다는 빠른 실행과 개선이 중요하다.
3) 현업을 우선하라
스타트업보다 현업을 먼저 만족시켜라. 현업이 움직여야 모든 게 돌아간다.
4) 숫자로 말하라
추상적인 성과보다는 구체적인 숫자로 성과를 보여줘라. "혁신 문화 조성"보다는 "매출 20% 증가"가 더 설득력 있다.
5) 장기적 관점을 가져라
오픈이노베이션은 최소 3년은 투자해야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온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마라.
"프로그램을 제대로 기획하고 운영하면 성과는 자연히 따라온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오픈이노베이션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