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OI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목표가 모호하면 결과도 모호하다"

by 박원규

Chapter 5. OI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목표가 모호하면 결과도 모호하다"


Chapter 4에서 조직을 제대로 구성했다면, 이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야 한다.

7년간 FUTURE9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스타트업을 만나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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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목표 설정: 신시장 vs 신사업 vs 경쟁력 강화


처음에 했던 실수: "좋은 걸 다 해보자"


2017년 첫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나는 완전 초보였다. 액셀러레이터 담당자가 물어봤다.


액셀러레이터: "이번 프로그램 목표가 뭔가요?"

나: "좋은 스타트업들과 다양한 협업을 해보고 싶어요."

액셀러레이터: "구체적으로 어떤 협업이요?"

나: "음... 신기술도 도입하고, 새로운 사업도 해보고, 기존 사업도 개선하고..."

액셀러레이터: "(속으로) 이거 완전 산만하네..."


3개월 후 결과:

지원 스타트업: 165개 / 선발 9개

실제 협업: 6~7개 / 8개 기업에 소액 투자

성과: 대부분 단발성 협업, 지속성은 2~3개, 투자성과는 1~2개 Exit


문제점: 목표가 너무 넓어서 집중할 수 없었고, 현업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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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이노베이션의 3가지 목표와 접근법

그 실패 후에 목표를 명확히 구분하기 시작했다.


1) 신시장 개척형

목표: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 진출

특징:

리스크 높음, 성과 나올 때까지 긴 시간 필요

현업 이해도 낮음 (새로운 영역이라)

CEO/임원급 관심과 지원 필수


실제 사례 - 트립비토즈 (여행 플랫폼): 2018년, 직접 OTA플랫폼을 운영하는 건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다.

현업: "우리가 왜 여행 플랫폼을 해? 우리는 카드회사잖아."

나: "여행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서 맞춤형 여행 상품을 추천할 수 있어요."

현업 차장: "그게 카드 매출 증대와 연결이 돼?"

나: "네, 여행 특화 카드 사용을 늘리고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거죠."

해결책: 임원이 "디지털 플랫폼 사업 진출"을 전략 과제로 선언하고, 소수 정예 TF팀을 구성해서 집중 추진했다.

결과: 월 거래액 1억원 → 30억원 (30배 성장)


실제 사례 - AB180 (데이터 플랫폼): 2020년, 외부 제휴사들의 광고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건 카드사 입장에서 새로운 영역이었다.

현업: "제휴사 데이터를 우리가 직접 분석한다고? 그게 가능해?"

나: "AB180이 통합 광고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제공해요."

현업 팀장: "보안 문제는? 개인정보는?"

나: "익명화된 데이터만 활용하고, 실시간 360도 고객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결과: 제휴사간 마케팅 효율 300% 개선, 광고비 절감 연 5억원


신시장 개척형 성공 포인트:

CEO/임원급의 강력한 의지 표명 필요

실패 가능성에 대한 사전 공감대 형성

장기적 관점의 투자 (1-2년 이상)

소수 정예로 집중 (한 번에 3개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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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사업 발굴형

목표: 기존 사업과 연관성은 있지만 새로운 수익원 개발

특징:

적당한 리스크, 6개월-1년 내 성과 확인 가능

현업 이해도 중간 (연관성 있어서)


실제 사례 - 페이민트 (결제선생-학원비 간편결제): 2021년, KB Pay 내에서 학원비를 간편하게 결제하는 서비스는 기존 결제와 연관은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었다.

현업: "학원비 결제? 이게 시장이 있어?"

나: "학원비 시장이 연 10조원이 넘어요. KB Pay에 통합하면 사용자도 늘고."

현업: "학부모들이 정말 쓸까?"

나: "페이민트가 이미 검증된 서비스고, KB Pay에 통합만 하면 돼요."

결과: KB Pay 내 학원비 간편결제 서비스 런칭, 신규 사용자 확보 (2024년 결제선생 거래액: 2.5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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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례 - 오아시스비즈니스 (상점 데이터 활용): 2022년, 카드 가맹점 데이터를 활용한 B2B 부동산 서비스는 신사업 영역이었다.

현업: "우리 상점 데이터로 부동산 서비스를 한다고? 신기한데..."

나: "상점 매출 데이터로 상권 분석을 해서 부동산 가치평가를 할 수 있어요."

현업: "카드 마케팅이랑 연결이 되나?"

나: "새로운 수익원이 생기고, 가맹점들한테도 가치를 제공할 수 있죠."

현업: "6개월 테스트해보고 성과 나오면 확대하는 걸로."

결과: 상점 데이터 연계를 통한 신사업 고도화 추진 (10억원 투자 집행)


신사업 발굴형 성공 포인트: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명확히 제시

단계적 접근 (파일럿 → 확대)

명확한 수익 모델과 성과 지표

현업 팀장급의 적극적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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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방적 소통

실패 사례: 현업: "저희는 주로 20-30대 고객이 많은데..."

스타트업: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희 서비스는 모든 연령대에 적합해요."

현업: "우리 특성상 보안이 중요한데..."

스타트업: "보안은 당연히 하죠. 그것보다 저희 기술 장점을 말씀드리면..."

→ 탈락 이유: 현업의 니즈 무시, 일방적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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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준비 부족

실패 사례: 현업: "도입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스타트업: "음... 그건 협의해서 정하면 되죠."

현업: "대략적으로라도요." 스타트업: "한 달? 아니면 두 달?"

현업: "정확히 준비 안 하고 오셨네요."

→ 탈락 이유: 구체적 계획 없음, 성의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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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기준별 상세 가이드


현실성 평가 (30%)

좋은 예:

이미 런칭된 서비스가 있음

실제 사용자와 매출이 있음

구체적인 기술 구현 방법 제시

현실적인 일정과 리소스 계획

나쁜 예:

"곧 개발 완료 예정"

"혁신적 아이디어로 시장 선도"

"특허 출원 중"

"투자만 받으면 가능"


적합성 평가 (25%)

KB카드와의 접점:

결제/금융: 간편결제, 디지털 지갑, 금융 데이터 분석

마케팅: 개인화 마케팅, 광고 효과 측정, 고객 분석

고객서비스: 챗봇, 콜센터 자동화, 고객 만족도 개선

운영 효율: 업무 자동화, 프로세스 개선, 비용 절감

신사업: 새로운 수익원, 플랫폼 사업, 제휴 서비스


적합성 판단 질문:

"KB카드 직원들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가?"

"KB카드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가?"

"KB카드 매출/효율 개선에 기여하는가?"


성장성 평가 (20%)

평가 요소:

시장 크기: TAM(Total Addressable Market) 규모

경쟁 우위: 차별화된 경쟁력

확장성: 다른 기업으로 확산 가능성

수익 모델: 지속 가능한 매출 구조


좋은 성장성 지표:

월간 성장률 10% 이상

고객 유지율 80% 이상

명확한 Unit Economics

추가 투자 계획과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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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된 스타트업 관리법


최종 선발 후 3개월이 진짜 승부다.

선발만 하고 방치하면 대부분 실패한다.


첫 달: 온보딩과 팀 빌딩

Week 1: 리버스 IR & 킥오프 미팅 (FUTURE9의 시그니처)

이게 우리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별점이었다.

다른 기업들은 스타트업을 불러서 "우리한테 제안해봐"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반대로 했다.

리버스 IR (Reverse IR):

참석자: 현업 2-3명 + OI팀 전체 + 투자 담당자 + 외부 전문가 (총 5-10명)

장소: 스타트업 사무실 방문

시간: 2-3시간

내용:

KB 전략 방향 공유 (30분)

조직 구성과 의사결정 프로세스 설명 (30분)

각 현업 부서 업무와 고충 소개 (각 10분씩)

기업 문화와 협업 프로세스 안내 (20분)

스타트업 사무실 투어 및 팀 소개 (20분)

함께 브레인스토밍: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우선 정의 후, 소거법을 통해 우선 순위 결정


실제 리버스 IR 현장:

KB카드 마케팅 팀장:

"저는 마케팅팀 김 팀장입니다. 저희 팀 가장 큰 고민이 20대 고객 확보인데..."

KB카드 데이터팀 차장: "저희는 데이터 분석을 하는데, 광고 효과 측정이 어려워서..."

스타트업 대표: "아, 그럼 저희 솔루션으로 정확히 그걸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OI팀장(나): "그럼 우선순위를 정해볼까요? 3개월 안에 할 수 있는 것부터."


스타트업들의 반응:

"대기업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우리 사무실까지 와줄 줄 몰랐어요."

"현업분들을 직접 만나니까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졌어요."

"다른 프로그램은 담당자만 만났는데, 여기는 진짜 협업할 사람들을 다 만났어요."

"KB카드의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미리 알게 돼서 좋았어요."


리버스 IR의 효과:

스타트업이 KB카드 내부 상황을 정확히 이해

현업이 스타트업을 직접 보고 신뢰 형성

협업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즉시 나옴

"우리 vs 너희"가 아닌 "우리 함께" 분위기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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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2-3: 시스템 세팅

사내 시스템 및 데이터 구조, 프로세스 설명

업무 공간 배정 (필요시)

담당자 소개 및 조직도 공유


Week 4: 첫 번째 마일스톤

기초 분석 결과 공유

초기 프로토타입 시연

이슈 사항 점검 및 해결


둘째 달: 본격 협업

Weekly 또는 수시 미팅

진행상황 공유

이슈 해결 토론

다음 주 계획 수립


실제 Weekly 미팅 내용:

Week 5: 스타트업 대표: "고객 데이터 분석 완료했습니다. 예상보다 20대 비중이 높네요."

현업 차장: "그럼 20대 타겟 마케팅이 더 효과적이겠군요."

OI팀장: "다음 주까지 20대 특화 캠페인 기획해주세요."


Week 6: 스타트업 대표: "20대 캠페인 기획했는데, 예산은 얼마나 가능할까요?"

현업 차장: "일단 1천만원으로 테스트해보죠."

OI팀장: "예산 승인 절차 도와드릴게요."


Monthly Review (매월 마지막 주)

월간 성과 리뷰

다음 달 목표 설정

필요시 계획 수정


셋째 달: 성과 창출과 평가

Week 9-10: 성과 측정

KPI 기반 성과 측정

ROI 계산

사용자 피드백 수집


Week 11: 중간 평가

임원 보고 (진행상황 및 성과)

지속 여부 결정

추가 지원 필요사항 논의


Week 12: 최종 평가

3개월 성과 발표

향후 계획 수립 (확대/축소/중단)

투자 검토 여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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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운영 중 자주 발생하는 문제들

문제 1: 현업의 우선순위 변경

상황:

현업 차장: "이번 주는 다른 일이 급해서 미팅 못할 것 같아요."

스타트업 대표: "그럼 언제쯤 가능하세요?"

현업 차장: "다음 주도 좀... 그 다음 주는 어떤가요?"

해결책 (OI팀장 역할):

나: "차장님, 이 프로젝트 중요도가 어느 정도인지 다시 정리해드릴게요."

임원진 관심 사항임을 재확인

다른 업무와의 우선순위 조정

필요시 임원 에스컬레이션


문제 2: 기술적 한계 발견

상황:

현업 차장: "테스트해보니까 정확도가 너무 떨어져요. 실용성이 없는 것 같은데..."

스타트업 대표: "더 많은 데이터가 있으면 개선될 거예요."

현업 차장: "언제까지 얼마나 개선될지 확실하지 않잖아요."

해결책:

현실적 목표로 조정

단계적 개선 계획 수립

필요시 외부 전문가 자문

최악의 경우 프로젝트 중단도 고려


문제 3: 소통 문제

상황:

현업 차장: "스타트업 사람들이 우리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스타트업 대표: "현업분들이 기술을 이해 못하시는 것 같아서..."

해결책 (OI팀장의 중재 역할):

서로의 관점 이해시키기

소통 방식 개선 (기술 용어 → 비즈니스 용어)

정기적인 화상 회의로 얼굴 보고 소통

필요시 외부 중재자 투입


성공 확률을 높이는 운영 노하우

1) 명확한 Exit Criteria 설정

프로그램 시작할 때부터 **"언제 중단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좋은 Exit Criteria:

"2개월 내 고객만족도 5% 향상 못하면 중단"

"1개월 내 기술 검증 실패하면 중단"

"현업 참여도 50% 미만이면 중단"


나쁜 Exit Criteria:

"잘 안되면 중단"

"성과가 없으면 그만"

"상황봐서 결정"


2) 단계별 성과 확인

월별 체크포인트:

1개월: 기술적 타당성 및 고객 반응 확인

2개월: 초기 성과 측정

3개월: ROI 계산 및 확대 여부 결정


3) 내부 커뮤니케이션 관리

상황 공유 대상별 메시지:

임원진 보고:

전략적 가치와 장기적 관점

숫자 중심의 간결한 보고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만


현업 팀장 소통:

실무적 도움과 즉시 효과

업무 부담과 혜택의 균형

구체적 일정과 역할


스타트업 관리:

현실적 기대치 설정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공

정기적 피드백과 격려


5.4 프로그램 운영의 현실적 조언


"완벽한 프로그램은 없다. 계속 개선하는 프로그램만 있을 뿐"


7년간 FUTURE9를 운영하면서 매년 프로그램을 조금씩 개선했다.

첫 해와 7년차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이 됐다.


FUTURE9 6년차때는 모집 시 부터 KB국민카드 뿐 아니라, 현대건설, 현대이지웰, DB손해보험, KB캐피탈 등 기업과 스타트업을 매칭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었다.


(연도별 프로그램 진화 과정) 이 부분은 따로 언급을 해야 할 것 같다.


매년 개선해온 운영 노하우들

1) 모집 공고 최적화

2) 평가 기준 구체화

3) 현업 참여 시스템 고도화


다른 기업이 벤치마킹할 때 주의사항

1) 우리 회사 상황에 맞게 조정하라


2) 단계적으로 시작하라


3)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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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운영자를 위한 마지막 조언

1) 혼자 하려고 하지 마라

9년 경험으로 확신한다. OI는 절대 혼자 할 수 없다. 현업, 외부 전문가, 액셀러레이터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

2) 완벽을 추구하지 마라

첫 프로그램은 어차피 실패할 확률이 높다. 완벽한 계획보다는 빠른 실행과 개선이 중요하다.

3) 현업을 우선하라

스타트업보다 현업을 먼저 만족시켜라. 현업이 움직여야 모든 게 돌아간다.

4) 숫자로 말하라

추상적인 성과보다는 구체적인 숫자로 성과를 보여줘라. "혁신 문화 조성"보다는 "매출 20% 증가"가 더 설득력 있다.

5) 장기적 관점을 가져라

오픈이노베이션은 최소 3년은 투자해야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온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마라.



"프로그램을 제대로 기획하고 운영하면 성과는 자연히 따라온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오픈이노베이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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