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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서점원 Aug 31. 2022

소년이 말고삐를 쥐었을 때, 청년으로 성장한다.

2021

처음 내 오토바이를 갖게 된 건 고등학생 때였다. 그렇다고 해서 막 동네 노는 애들이 타는 숑카나 배달용 씨티100은 아니었고, 아무리 당겨봤자 최고 속도가 60km 정도 나오는 20만원짜리 중고 택트였다. 내게 오토바이란, 힘들이지 않고 빠르게 달려갈 수 있는 자전거의 개념이었다. 덕분에 정말 편하게 등하교를 할 수 있었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때보다 훨씬 더 넓은 활동범위를 갖게 되었다.


그렇게 신나게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는 6개월을 채우기 전에 다시 내다 팔았는데, 그 이유는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첫 오토바이 사고는 바닥에 혼자 미끄러지는 슬립 사고였다. 무릎과 팔꿈치를 아스팔트에 깔았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첫 사고 이후에 ‘내가 오토바이를 타다가 딱 세 번 다치면 당장 팔아버리겠다!’는 다짐을 했고, 오래가지 않아 세 번을 모두 채웠다. 그렇기에 가차없이 팔아버렸다. 삼치기(세명이 동시에 탑승…) 후 롤링(오토바이를 좌우로 흔드는…)을 하다 자빠진 영광의 상처는 아직도 무릎과 팔꿈치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이때 몸으로 익힌 스쿠터 경험은 이후 여행을 다니며 많은 도움이 됐다. 성년이 된 이후 제주도 일주를 한 것은 물론, 동남아 여행에서도 대부분 스쿠터와 함께 했다. 내가 한창 여행을 다니던 시절에는 태국 배낭 여행자들 사이에 회자되던 ‘영광의 상처’가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꼬 창 타투’라 불리던 상처다. 코끼리 섬이라는 이름의 ‘꼬 창’은 태국 남부의 휴양지인데, 이곳의 지형과 도로가 정말 엉망이다. 하지만 각 시티와 해변, 관광 명소 간 거리가 멀고 교통수단이 비싼 택시 말고는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은 스쿠터를 렌트해서 돌아다니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꼬 창을 둘러보다 보면 언덕 길가에 쓰러진 스쿠터와 피를 흘리며 쩔뚝이는 여행자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언덕 경사가 가파르고 급코너가 많으며 길 위에 모래와 자갈이 많아서 당기면 바로 자빠지게 되는 거다. 이렇듯 꼬 창에서 오토바이를 타다가 넘어져서 생긴 상처를 ‘꼬 창 타투’라 부르며 여행 허세를 부리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나는 이미 조기 교육으로 깔아봤기 때문에 꼬 창에서는 다치는 일 없이 안전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뜬금없이 왜 서점 인스타그램에 오토바이 이야기를 하냐면, 요즘 자꾸 전기 자전거에 눈이 가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전동 킥보드에 꽂혀서 알아보던 때가 있었는데, 안전성 이슈가 있어서 미루고 말았다. 그러다 최근에 다시 전기 자전거에 관심이 생겼는데, 요즘 전기 자전거를 알아보면 알아볼 수록 가격이나 스펙이 또 스쿠터랑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거다. 이 가격이면 스쿠터를 사는 게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돌고 돌아 다시 스쿠터를 알아보게 된 것이다. 라이딩은 봄날이 최고인데, 겨울이 가기 전에 조그마한 걸 하나 얻어볼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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