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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Oct 16. 2020

(난임일기)손 바꾸기

난임병원과 의사를 바꿔볼까

4차 수정란 분열 중단 이후 다시 병원에 갔다. 

그리고 초음파 결과 이번에 또 물혹이 있는 왼쪽 난소에 난포가 보인단다. 

그렇다면 이번 차수는 채취해봐야 지난번과 비슷한 결과를 낼 것 같았기에 의사에게 "건강보험 차수 까먹는 것도 아깝고 이번엔 그냥 자임 시도할까요?" 했더니 의사는 별 고민 없이 "네 그래요." 한다.

오로지 시험관 시술에만 목을 매며 걱정하는 내게 잠깐의 고민도 없이 "네, 그래요" 밖에 할 말이 없나 싶고 의사도 이제 나를 버렸구나 싶어 서러움이 밀려왔다.


'그래. 이 참에 의사를 바꿔보자' 싶었다. 새로운 의사를 만나서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해보자 하는 마음이 불쑥 들어왔다.

집에 돌아와서 난임 카페 검색을 해보니 서울, 경기권 난임 의사 중 유명한 사람 몇몇이 검색되었다.

처음 난임병원을 찾을 때 아무런 고민 없이 그저 유명한 병원에 교통이 편한 곳으로 결정했다. 병원 네임 밸류 때문에 의사는 그날 예약이 가능한 의사로 했고 그렇게 작년부터 지금까지 다녔다. 

너무 많이 알아도 병이라고 생각해서 시험관에 대한 정보는 일절 찾아보지 않았고, 병원에서 하라는 검사나 시술은 그저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고 결과와 지난번과 차이는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뭐든 일이 될라치면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시험관 시술에 전전긍긍하며 소중한 휴직기간을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시술을 시작하면 4번 안에는 성공할 거라고 예상했다. 보통 40대 성공률이 20% 정도 되니까...


그런데 2번의 시술 실패, 공난포에 수정란 분열중단까지 겪으니 내 여유는 바스락거리며 무너져 내렸고 지금은 절망과 두려움 위에 지어진 폐허에 갇혀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폐허에 갇혀 죽을 순 없잖은가... 


시험관 카페에서 실패가 거듭되는 경우 손바꾸기(의사 바꿈)를 제안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읽었다. 

병원도 의사도 배양기술도 자기하고 궁합이 맞는 곳이 있다며, 임신은 무엇보다 마음 편안한 게 중요한데 궁합이 맞지 않는 곳을 다니게 되면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왠지 설득력이 있고 나도 지금이 그 타이밍 아닌가 싶었다.


검색만으로 의사를 결정하기는 어렵고 나름 시험관 경험자들의 추천 등을 통해 추린 3명의 의사를 만나서 상담을 받아볼 요량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데 아직 내가 이리 포기하고 무너지기엔 아깝지 않은가.

희망의 불씨에 바람을 솔솔 불어넣으며 새롭게 시작해 보련다.

될 일이라면 너무 끌지 말고 그냥 되면 좋겠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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