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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Oct 29. 2020

(난임일기) 병원 투어

많은 난임병원 중에 그곳을 가게 된 것도 인연이고 의사가 아무리 바빠도 얼굴도장을 찍다 보면 나를 기억하고 그 기간만큼 쌓인 의무기록을 보면서 나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지 않을까 하는 게 지금까지 내 생각이었다. 

'될 놈 될'(되는 일이라면 어떻게든지 된다)이라면 굳이 알아서 병을 만들 필요가 없겠다 싶어 최대한 질문도 자제하고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해왔다. 


그러다 공난포 이벤트로 내 '안이한 태도'에도 한계가 왔고 까페 검색, 난임 단체톡방 등을 통해 하나둘씩 정보를 알게 되니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 기다려 진료를 보는 의사는 단지 "난소 기능 저하"가 문제라고 하니, 이 모든 게 내 탓 같아서 더 이상 할 말도 없었다.


병원을 가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니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싶어서 전원을 위한 서류를 떼러 갔다. 처음 병원을 갔던 '19년 2월부터 했던 수술, 검사, 시술 기록지는 책 한 권이 되어 내게 돌아왔다.

독서대를 펼치고 의학용어를 검색해가며 수첩에 지금까지의 결과를 날짜별로 기록했다. 의사가 내게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은 것들이 잔뜩 쏟아졌다. 자궁근종, 좌측 난소 물혹, 각종 호르몬 수치와 변화, 시술 과정에서 자라는 난포의 수와 크기 등등 

그것들을 하나씩 기록해서 알기 쉽게 표로 정리했더니 답답함이 좀 풀리면서 뭔가 희망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 같았다. 내 기록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니 절망적인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과배란 주사에 대한 반응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나의 상태를 잘 알아봐 줄 의사를 만나서 열심히 하다 보면 조만간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슬며시 올라왔다. 


그렇게 "난임노트"를 들고 두 명의 의사를 만났고 두 번 다 초음파를 보면서 직접 설명을 들었다. 너무 인기가 많아 11월 중순에나 진료가 가능한 의사는 배제했고 두 번째 만난 의사로 결정했다.

내가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단호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에 믿음이 갔다. 

흔히 시험관 시술에서 중요한 것이 의사의 기술과 병원의 배양기술이라고 하는데, 

나는 거기에 의사와 나의 케미를 추가하고 싶다.


주님, 이번 의사와 제 케미가 폭발하여 그가 제 마지막 의사가 되게 해주십시오.

성모 마리아 님, 태중의 아들 예수님을 지키셨듯 제게도 그런 기회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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