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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Feb 24. 2021

(난임일기) 두둥! 첫 냉동배아 이식

내게도 손만 잡아도 임신이 되는 시절이 있었겠지? 혈기 넘치고 하루 정돈 잠을 자지 않아도 피부마저 뽀송한 대학생 때였을까? 아니면 젖살이 통통하고 여드름이 툭툭 나던 고등학생 때였을까? 

한 번의 잠자리로 아이가 생겼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는 40대에 접어든 내겐 신화일 뿐이다.


'의학기술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자연임신이 안되면 시험관시술을 하면 금방 아이가 생기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시험관 세상에 발을 들였다. 


2020년 11월 9개의 난자가 채취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이 있은지 3일 후 신선배아 이식을 하러 간 날 3개가 냉동되었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 순간 '이번에 실패해도 과배란 없이 한 번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구나!'싶었다. 마음이 푸근해지면서 그동안 몸 관리 열심히 해서 이번에 꼭 성공해야겠다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3개의 수정란 이식 이후 9일째 되는 날 아침에 떨리는 맘으로 한 테스터기는 깨끗하게 한 줄.

피검사 결과도 0점대였다. 그래도 훌훌 털었다. 

"아직 신에게는 3개의 냉동배아가 있사옵니다."


냉동배아 이식은 그로부터 2달 후로 잡았다. 배아 이식 전 자궁내시경으로 자궁 상태도 보고 반복착상실패검사를 해서 착상에 문제가 있는지 검사도 했다. 면역수치가 살짝 높아서 면역글로불린이라는 어마무시하게 비싼 주사도 맞고 혈전을 방지하는 크녹산 주사도 처방받았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은 다 동원했다. 이렇게 했는데도 안되면 그땐 어떻게 하지? 살짝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냉동배아 3개를 이식했다.


해동과정을 거쳐 살짝 찌그러진 배아 사진을 들고 집으로 왔다.

삼 형제가 내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며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걸 제외하곤 거의 침대와 소파에서 누워있거나 앉아서 보냈다.

그리고 피검사하는 날 아침에 테스터기를 해보았다.

결과는 무심한 한 줄...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냉동배아는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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