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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Jan 05. 2021

(난임일기) 다섯 번째 난자 채취

아침 8시 10분까지 병원에 갔다.

채취 대기표에 쓰여있는 생년월일을 보니 내가 앞에서 2~3번째 되는 것 같다. 남편은 자기가 이 병원에서 제일 나이 많은 사람 같다며 이발이라도 하고 올 걸 한다. 시험관하면서 병원 갈 때마다 너무 늙어보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이 생긴 게 사실이다.

내 이름이 호명되고 채취실로 들어갔다. 채취가 잘 되면 남편도 정자채취를 하겠지......

채취를 위해서 옷을 갈아입고 대기실 침대에 누웠다. 침대 하나와 간의 옷장 하나만 겨우 들어갈 크기의 천장이 눈에 보인다.

'아마도 죽어서 관에 누우면 이 정도 사이즈의 구덩이에 묻히겠구나.'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나보다 먼저 와서 대기 중이던 옆 침대에서 이동하는 소리가 났다. 조금 있으면 내 차례겠구나. 그동안 별일 없겠지. 간호사가 와서 수액을 놔준다. 환자도 아닌데 매번 채취할 때마다 수액을 맞는다.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 나를 부르러 간호사가 왔다. 아 이제 드디어 대망의 순간이구나.

수술실엔 걸어 들어갔다. 의사가 먼저 와 있다. 이젠 별로 굴욕스럽지 않은 굴욕 의자에 앉았다. 자동으로 상체가 윙하며 내려간다. 조금 있다 산소마스크를 갖다 댄다. 항상 마취 전에는 정신을 잡고 있어야지 하는데, 씁쓸한 공기를 몇 번 마시고 나면 정신을 잃는다.

일어나보니 다시 그 침대에 와있다. 몇 시나 됐을까? 몇 개나 나왔을까? 정신이 또렷하게 돌아온 다음 간호사를 불러본다. 간호사는 10시 30분이라고 했다. 채취 개수는 아직 모른다고 한다. 한 30분쯤 지나서 다시 물어봤다. "잠시만요." 하더니 "모니터에 9개 뜨네요." 한다.

세상에 9개라니...

매번 3개씩 나와서 냉동은 생각지도 못하고 이식만 해왔는데, 9개라니...

믿을 수가 없는 숫자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채취 후 난소가 별로 아프지가 않다. 무슨 이런 일이 있지?

좀 더 누워있다가 간호사가 부르러 왔을 때 정신을 차리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남편한테 가서 9개 채취됐다고 하니 남편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래도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전원 하길 잘했어. 역시 의사와 나의 케미가 잘 맞아떨어졌던 거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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