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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Nov 23. 2020

(난임일기) 네번째 과배란 중

올해 2월 1차 과배란 이후 4차 과배란이 시작되었다. 처음 5일은 고날에프라는 난포자극호르몬을 300IU씩 맞았고, 다음 4일은 동일한 역할을 하는 IVFM-HP를 300IU 맞았다.

5일간 과배란주사를 맞고 초음파를 보러 갔을 때 의사는 "와우. 좋은데요. 여기 난포 보이시죠?" 한다. 왼쪽 난소에 포도알처럼 생긴 난포가 3~4개 정도 보였다. 역시나 오른쪽은 반응이 없다.


 '다행이다' 싶었지만 이내 걱정이란 놈이 또 들어선다.

 '지난번에도 이렇게 난포가 보였지만 하나도 채취가 안됐었는데......'

의사가 내일부터는 다른 과배란 주사로 바꾸고 조기배란억제제를 맞자고 한다.


두 번째 진료는 과배란 8일 차다.

떨리는 마음으로 초음파를 보니 지난번보다 포도알들이 더 크고 많이 보였다.

큰 게 1.4cm에서 작은 건 1cm 정도 4~5개 가량 보였다.

의사는 3일 후쯤 채취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일단 이틀 있다 진료를 하고 날짜를 확실히 잡자고 한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진료실을 나왔다.


세 번째 진료는 과배란 10일 차다.

다행히 난포는 더 커졌다. 이제는 조기배란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의사는 과배란 12일 차인 수요일에 채취를 하자고 했다.

채취 전에 맞는 주사를 4대나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병원에서는 채취 36시간 전에 난포를 터지게 하는 주사 1대만 맞았는데, 이번 병원에서는 지난 병원과 동일한 주사 2대에 처음 보는 주사 2대를 더 처방했다.

채취 전 주사는 시간이 중요한데 먼저 맞는 2대의 주사 시간이 저녁 7시 30분이다. 지난번처럼 차를 몰고 가서 남편 회사 지하 주차장에서 남편한테 놔달라고 해볼까 생각해봤지만 이내 포기했다. 차가 막히는 시간이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남편 내려오라고 하기엔 시간이 애매했다.

'그냥 눈 딱 감고 내 배에 놔보자.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한다쟎아.'


7시 25분에 주사를 세팅해놓고 아랫배를 꾹 눌러 잡았다. 휴직하고 찐 뱃살이 고맙긴 이번이 처음이다.

심호흡을 훅 하고 눌러 잡은 뱃살에 직각으로 주사를 찔러 넣었다. 주사제 용액이 생각보다 많다. 빨리 눌러 넣으면 아플 거 같아서 천천히 숫자를 세면서 넣었다. 다 넣고도 숫자 10까지 세고 바늘을 뺐다.

첫 번째 주사가 끝나니 2분이 흘러 7시 32분이 됐다. 빨리 다음 주사를 찔렀다. 그렇게 2대를 연거푸 놓고 보니 5분이 지났다. 얼굴이 벌게지고 몸에서 열이 났다.


쓰고 남은 주사기는 뚜껑을 잘 닫고 통에 넣어 쓰레기봉투에 버려야 한다. 안 그러면 쓰레기 수거하시는 분들이 찔릴 수도 있다고 했다. 뚜껑을 잘 닫으려다 잘못 닫아서 내 손을 찔렀다. 빨갛게 피가 났다.

쉽게 멈추지 않는 피를 보니 순간 내 신세가 서글퍼졌다.

제발 이번을 끝으로 내 배에 주사 찌르는 일이 없으면 싶었다.

나머지 2대의 주사는 밤 9시 30분이어서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놔줬다.

아까는 용감하게 주사를 보면서 놨는데 이번엔 못 볼 것 같아서 안 봤다.

남편은 이제 간호사처럼 주사를 잘 놓는다.


낼모레면 드디어 난자 채취를 하러 간다.

과연 몇 개가 나올지 나오는 애들이 건강할지 궁금함과 걱정이 혼란스러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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