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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Jul 07. 2021

(난임일기) 일곱번째 난자 채취

지난번 실패를 만회하고자 3월말부터 이틀에 한 번 꼴로 등산을 가고 어플을 다운받아 스쿼트를 시작했다. 

난자질을 높이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이 식단이라기에 유기농 식재료를 파는 생활협동조합에 가입하고 하루 한끼는 나물을 듬뿍 넣은 비빔밥으로 대체했다. 

우유와 커피, 과자, 빵 등 난자질에 나쁘다는 음식은 가급적 끊었다. 그렇게 4월 말부터 일곱번째 난자채취를 위한 과배란을 시작했다. 5월초 초음파 검사에서 보인 난포는 달랑 3개. 그나마 1개는 크기가 작고, 1개는 모양이 이상하다고 했다. 


2달 가까이 운동하고 식단조절하고 영양제를 한움큼씩 먹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싶었다. 건강보험 적용 횟수가 2번밖에 남지 않아 의사와 상의했더니 3개는 좀 아까우니 그냥 채취하자고 했다.

그렇게 7번째 난자를 채취했다. 큰 기대는 없었는데 채취 후 이틀되던 날 오전에 의사가 직접 전화를 해왔다. 보통은 배양 중 배아가 죽거나 이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의사가 직접 전화를 한다던데......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에게도 이제 그런 순간이 왔구나 싶었다.


그런데 의사 말이 3개 중에 2개가 살아남았고 그 중에 1개가 상태가 좋아서 5일까지 배양시켜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7번 난자를 채취했지만 5일 배양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잠시 고민도 했으나 5일까지 무리하게 끌다가 중간에 죽어버리면 어쩌나 싶어 그냥 3일째 되는 날 이식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될놈될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3일째 되는 날 2개를 이식하고 집으로 왔다.


이식후 8일째 되던 날 새벽에 해본 임테기에 흐릿하게 뜨는 두줄...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희망과 함께 떠오르는 걱정과 근심들...

그렇게 이식 11일이 되던 날 피검사를 하러 갔다.

9시에 피검사를 하고 12시에 결과를 들으러 오라고 했다. 지난번 처참했던 기억이 있어 간호사한테 물어보지도 못하고 진료실 앞에서 내 이름을 부르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12시가 한참 넘어서야 간호사가 나를 보더니 "수치 잘나왔던데요?" 한다.

큰 기대 없이 60만 넘었으면 좋겠다던 나의 바램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 149란다.

순간 눈물이 왈칵 나왔다. 

진료실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가 없어 병원 밖으로 나왔다.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껏 7번 채취하고 6번 이식해서 처음으로 100을 넘긴 숫자를 받아보다니...

남편에게 전화로 알려주고 진료를 받으러 들어갔다. 이식전부터 받던 처방을 그대로 유지하고 일주일 후에 2차 피검을 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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