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하루 24시간 중 자기 지분은 얼마나 될까? 2할 많으면 3할이 되려나......
길어지는 회의, 요구자료, 이메일 확인과 회신을 하다보면 출근하면서 세웠던 그날의 계획은 퇴근 시간 너머로 사라진지 오래다. 피곤함의 절정인 목요일, 내일은 쉰다는 희망의 금요일을 지나 재충전의 주말을 보내면 또 다시 반복되는 일상과 외력에 휘둘린 채 지나가 버린 하루.
직장이 시간을 월급과 바꿔 생계를 꾸려가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을 알게될 때 가슴팍 사표를 살포시 꺼내는 게 직장인의 숙명이던가.
휴직 2년 후 복직이 아닌 사직을 선택한 가장 큰 동기는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침 요가 후 티타임을 하거나 명상을 할 수 있었고 붐비는 식당이나 쇼핑센터를 평일 오전에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독서노트에 중요한 책의 내용을 정리해서 한권을 마무리할 때, 브런치에 어설픈 수필 하나를 올릴 때는 뿌듯함으로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그런 뿌듯함의 날은 며칠이 되지 않는 게 문제.
지인을 만날 약속, 해야할 일과 같이 뭔가 할 일이 있는 경우엔 자유롭게 시간을 할애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 좋은데 매일같이 할일이 있지는 않았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도 뭘 해야할지 모르는 오후, 책도 읽기 싫고 집안일도 하기 싫어 빨래처럼 널부러져 있을 때는 나의 시간이 너무 아깝고 나의 존재가 저 빨래처럼 흐늘거리며 바람에 날려갈 것처럼 위태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너무 바빠서 나 자신을 찾기도 힘들었던 예전의 내가 보기엔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태하고 축처진 내 모습을 보는 것 또한 만만치 않게 스트레스 받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휴직 2년과 사직 후 4개월을 특히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단절을 겪고 보니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그건 하루의 루틴을 정하고 타이머를 설정해서 얼마나 시간이 갔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매일 하는 일(식사, 운동, 청소, 공부 등)과 일주일을 주기로 하는 일(장보기, 빨래, 재활용 버리기 등), 한달을 주기로 하는 일(근교 여행 등), 분기별로 하는 일, 일년 단위로 하는 일 등을 구분해서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해야할 일의 루틴을 정하는 것이다. 창조를 위해선 마구 널부러놓고 이것저것 해봐야 한다지만 매일 꼭 해야하는 일이라면 시간, 요일, 날짜를 정하고 가장 효율적인 시간에 그것을 처리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아침 6시30분부터 9시까지 스트레칭, 식사, 간단한 집안 일을 하고 차를 마신다.
이후 11시30분까지는 자유시간
12시부터 12시30분까지 점심식사
17시까지 자유시간
18시까지 요가, 이후 저녁식사, 설거지, 저녁운동 후
23시에 잠자리에 들기로 루틴을 정하는 것이다.
에너지는 한정적이고 매일 해야하는 일들을 가장 효율적인 시간에 정해서 하면 되니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어 머릿속이 단순해져서 좋았다.
그렇게 일주일 단위로 시간을 확장해서 요일별 루틴을 정했다.
월요일 오전 장보기, 화요일 오전 음식 만들기, 수요일 저녁 피부 관리, 목요일 아침 속옷빨래 및 재활용품 내놓기, 금요일 아침 겉옷빨래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일주일의 할 일을 미리 정해놓고 보니 밀릴 걱정이나 두번 하는 일이 없고 무엇보다 일 단위로 타이머를 설정해놓으니 주어진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아직 한달, 분기, 년 단위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감이 오지 않지만 매일 해나가다보면 긴 시간의 루틴도 정해지지 않을까 한다.
백수에서 성공적인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 내게 주어진 시간에 루틴을 정하고, 타이머를 설정하니 매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 같다. 매일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했는지 일목요연하게 머릿속에 남는 하루가 쌓인다면 내 인생의 색깔도 방향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