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커리어) 엄마인 나와 원래의 나 사이

한동안 글쓰기에 뜸했다.

어린아이를 키운다는 건 휴가 없고 대타 없는 24시간 고강도의 풀타임 잡과 같다.

더 큰 문제는 내 건강을 돌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시험관 시술,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몸무게는 앞자리가 바뀐 지 오래됐고 체지방율은 30프로를 넘었다.

당화혈색소도 당뇨 전단계를 가리켰다.

체력이 바닥나고 지치고 짜증 나는 게 당연한 몸상태였다.


다행히 새싹이가 15개월 즈음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만 1세 반이 추가 개설됐다며 보낼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왔다.

막연히 두 돌은 지나서 보내야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니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었다.

일단 등록부터 해놓고 짧게 보내다가 애가 좀 크면 길게 보내자고 타협했다.

처음 한 달은 점심 전에 데리고 오고 한 달 이후부터 점심도 먹고 낮잠도 재웠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오전에는 단지 내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한 새싹이는 한 달에 한두 번 아팠다.

감기, 수족구, 독감, 장염 등등 전염병이 그렇게나 많을 줄이야...

뭔가 전염병이 돈다 싶으면 아이를 등원시키지 않고 가정보육을 했다.

너무 일찍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어미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한 달에 10일 이상 보내는 날이 많지 않았다.

내 운동도 그렇게 멈췄다.

2024년 여름은 6월부터 더워지기 시작하더니 역대 최장 길었다.

어린이집에 가는 날도 많지 않았고 집에 오면 안방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아이와 누워 지냈다.


바닥난 체력과 나쁜 컨디션은 생각마저 부정적이고 폐쇄적으로 만든다.

나의 길고 긴 여름이 끝나가는 메시지는 새싹이를 풀타임으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아이를 4시에 데리러 가면서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도서관에서 운동법에 대해 책을 찾았다.

노인, 임산부 운동 같은 초보 입문서나 근골격계 환자 재활 관련 책부터 찾아 읽었다.

그중에 스미홈트라는 책이 있었는데 다 읽고 보니 작가가 유튜브를 운영한다고 해서 찾아봤다.

거기에 여러 가지 홈트레이닝 영상이 있었는데 노인용 영상부터 따라 해보기 시작했다.

트로트에 맞춰서 춤추듯이 움직이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재밌고 따라 할 만했다.


뭔가 할만한 것을 찾았고 여기 있는 영상을 따라만 해도 스미처럼 탄탄한 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겼다.

오늘의 내 몸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놓고 기록하자.

일 년 뒤엔 나도 스미처럼 바디프로필을 찍을 수 있을지도 몰라.

비키니 수영복을 찾아 입고 셀카를 찍었다.

엑셀 파일에 매일의 운동량과 인바디 결과를 기록했다.

한여름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은 9월, 나의 희망도 열정도 그렇게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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