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콜드 워(2018)
토막 난 이야기
우선 이 너무나도 불친절한 영화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단 말로 시작을 해야겠다.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듬성듬성 토막 나 있었기에 더 신선했고, 속도감 있었고, 재미있었고, 그 무신경함에 매력도 느낄 수 있었다.
어제의 사랑을 부수다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는 빤하다. 아무리 달리 표현해도 결국 사랑이란 것에 대한 느낌은 다들 비슷하다. 그렇게 매번 멜로장르에서는 별다른 신선함을 느끼지 못했다. 나의 머리에 박힌 사랑이란 단어 그 자체가 지니는 이미지, 이에 실리는 감정에 변화를 주지 못하니까. 이 영화도 사실 사랑에 대해선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똑같기만 한 사랑을 어떻게 색다르게 표현하는지, 그것만 알아가도 감사하게 생각하려 했다.
기대감 없던 관람이 끝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드디어 남녀의 사랑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이 영화 덕분에! 그간 사랑이라는 게 진부하게만 느껴졌던 건 사랑에 빠진 이들이 보여주는 감정의 형태와 무게 때문이었다. 오늘이 오기 전만 해도 사랑이란 굳이 진중하면서도 무거워야 했고, 사랑을 위해선 서로를 향한 이해와 공감은 필수적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마음만 간다면 그게 사랑이지. 이기적이고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경쾌한 행위적 사랑
인물 때문인지, 음악과 춤 때문인지 영화는 전반적으로 경쾌했다. 이 경쾌함은 두 사람의 사랑도 즉흥적으로 보이게 했다. 생각은 배제된 사랑, 행위적인 사랑,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그런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