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온 Apr 12. 2024

블랙 스완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블랙 스완(2010)


완벽함을 느끼다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와 배우 '나탈리 포트만',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이들 조합만으로도 완벽함이 그려지지만, 영화의 엔딩은 그 이상의 완벽함을 선사했다. 기대감의 충족과 계속되는 심리적 압박, 그 와중에 섞여 들어오는 아름다운 선율. 제대로 된 문장을 이어나가기 어려울 만큼 가슴이 벅차다. 니나의 완벽함을 느꼈단 한마디를 듣기 전부터 이미 준비돼있던 영화의 완벽함을 향한 감동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녀의 말에 대한 답을 하듯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영화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로부터 비롯되는 생각을 말끔히 무시해버리는 압도적인 힘. 그만큼 웅장하고, 사람을 홀리게 했다. 일반적으로 누군가를 매료시킨다는 건 섹슈얼한 매력을 동반하기 마련인데 내가 이 영화에게 홀림을 당한 건 그런 매력 때문이 아니었다. 굉장히 강압적이고 가학적인 힘과 함께 쉴 새 없이 조여오는 심리적 압박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듦으로써 순식간에 넋을 빼앗아버리는 그런 황홀한 홀림이었다.



아름다움


완벽함과 아름다움은 별개의 단어이다. 알고는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들의 같음을 느낀다. 이 영화에서의 아름다움은 불안, 억압, 파괴에서부터 내게로 왔다. 절제된 백과 통제를 벗어난 흑, 그 간극에서 오는 아름다움. 그리고 그 아름다움의 끝엔 니나가 진정으로 원하던 완벽이 있었다.



백조와 흑조: 자기통제와 자기파괴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들은 자기 자신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더 완벽하게, 더 완벽하게, 더, 더... 그 '더'라는 말을 외칠수록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억압받는다. 완벽이란 것은 인간에게 있어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뒷걸음질 치게 하거나. 니나의 완벽은 불안에서 오는 것이었다. 앞을 향한 것이 아닌 뒤를 향한 것이었다.


'자기파괴가 완벽함을 만든다.' 영화는 스스로 만들어놓은 굴레가 자신의 전부가 되어버린 이들에게 자기 파괴적 행동을 제시한다. 그렇게 니나는 자기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진정한 완벽함에 다가서게 된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바웃 어 보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