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온 Apr 19. 2024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2016)


타이밍


절묘한 순간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그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설리가 15번째였다는 수칙을 절차대로 차근차근히 해나갔다면 우린 오늘날 이 영화를 마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가끔은 스킵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생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해당 과정에 대한 기본이 탄탄히 다져져 있었기에 가능했단 사실을 명심하자.



다시 생각하는 생각의 불확실성


요즘 생각의 불확실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사람은 지금의 상황을 인식, 인지하는 과정에서부터 객관성을 잃는다. 하물며 이들이 모여 만들어진 기억, 경험이란 것은 얼마나 부정확하겠는가. 이 부정확성 때문에 인간의 경험도, 그로부터 비롯되는 생각도 참으로 무의미하다 그리 생각하던 때였다.


이 영화는 그런 내 생각에 다른 관점을 던져주었다. 설리가 내린 그 날의 선택은 일시적인 기우와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가 조종사로서 살아온 지난날의 경험이 허드슨강을 선택하게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여기에 대해 다른 가치가 매겨질 수 있다. 이후 이 상황을 놓고 더 나은 선택지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 직면한 상황에서 그 정도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할 수 있게 한 지난날의 경험과 노력 또한 굉장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다.



지난 선택을 향한 의심


더 나은 선택은 없었는가. 설리는 그 순간 그 선택이 최선이었음에도 의심을 하게 된다. 설리는 자신의 선택에 더는 후회하지 않을 만큼 충분한 고민의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을 되짚어봄으로써 다시한번 의미를 되새기고, 그날의 일에 대한 일련의 두려움(자신이 틀렸을 가능성,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등)을 날린다. 그렇게 그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확신하게 된다.


의심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선을 부여한다. 의심은 또한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어떤 일에 대한 결과는 평가에 있어 중요한 지표가 된다. 하지만 정말 일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속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 그런 과정에 대한 관심이 바로 의심에서 시작된다. 이렇듯 의심은 시선을 다양화하고 하나의 경험에 대해 폭넓은 생각을 하게 한다. 비록 그 과정이 고되고 번거롭더라도, 의심의 결과가 제자리걸음일지라도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경험의 폭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날 그곳의 안과 밖


같은 사건을 놓고도 사건 안의 사람과 밖의 사람은 전혀 다른 경험을 한다. 상황 속의 사람은 극대화된 감정으로 기억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 밖의 사람은 그 상황에 대한 정보의 부족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쉽다. 눈에 띄는 정황들로 당시의 모든 상황을 인지하긴 힘들다. 인간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무한한데 몇 가지 요소로만 판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게다가 판단에 사용된 데이터가 잘못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 때문에 직접 겪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밖의 판단 역시 중요하다. 결국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파악을 위해선 안과 밖의 적절한 대화가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돼지의 왕, 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