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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읽기4. 이천 년 도시, 제주를 도시재생하다1

옛 것을 살려 미래를 일구다.


서울역에서 통일호 새벽 열차를 타고 거의 8시간을 달리고 목포항에 도착해서 배를 타고 밤늦게 제주에 도착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그곳. 제주입니다.


비행기가 제주 상공 가까이 가게 되면 가장 먼저 땅이 보이고 한라산이 보입니다. 제주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한라산은 바다에 닿아야 끝이 납니다. 해안선에 파도가 부딪치면서 생기는 포말과 거친 땅을 일구다 보니 생긴 밭담과 공간을 이어주는 도로가 마치 현대미술처럼 펼쳐집니다. 이런 제주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인구가 줄어들어 걱정이던 곳이 갑자기 인구가 늘어 여러 가지 일들도 생겼습니다.  쓰레기 문제도 생기고, 상하수도 문제도 생겨서 쓰레기 소각장이나 하수종말처리장을 급히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편안한 제주로의 이동을 위해서 제2공항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0년의 모습입니다.

비행기에서 보는 제주


이제 과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제주는 언제 시작했을까요? 1만 년 전 바다의 수면이 높아지면서 육지와 분리되어 섬이 되었고, 한반도에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가 있던 시절에 제주에 지배계층이 존재한 것으로 보여 이천 년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탐라라는 이름으로 독립적인 지역으로 남아있다가 고려에 복속되면서 탐라 천 년의 역사가 끝나고 이후의 천 년이 시작됩니다.  


이천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지역이 어디일까요? 제주의 시조인 고씨, 양씨, 부씨가 화살을 쏘아 자리를 잡았다고 하는 일도동, 이도동, 삼도동이 있는 곳이며, 이곳을 원도심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제주시 원도심을 산책하다 보면 다양한 표지석들을 볼 수 있습니다. 탐라시대의 성이 있었던 무근성 자리, 제주 성주의 공간이었던 성주성터, 일곱 개의 자리에 터를 잡고 살았다는 칠성대도 있습니다. 원도심 산책은 그야말로 이천 년의 시간여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칠성대와 무근성터 표지석

197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제주의 정치, 경제, 교육의 중심지였던 곳이지만 제주도청, 제주시청, 제주경찰서 등이 연동 신시가지 계획으로 빠져나가고, 신성여고, 오현고 등이 빠져나가면서 교육도 빠져나가다가 2000년대 이후에 제주대병원이 아라동으로 이전하면서 그야말로 텅 빈 도시가 되어 버립니다. 이후 관덕정 주변으로 제주목관아가 복원이 되었지만 예전의 활력을 되찾기에는 부족했고, 그나마 동문시장을 비롯하여 서문시장, 보성시장 등 전통시장이 남아있고, 중앙로 지하상가가 있어 경제적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1970년대 가장 활성화된 거리였던 칠성통(칠성로상점가)은 여전히 불 꺼진 거리가 되어 있어 걱정이 큰 동네입니다.


불꺼진 칠성통

정치, 사회, 교육시설들이 빠져나간 제주시 원도심을 예전처럼 제주의 중심지로 만들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자산들은 다른 곳과 차별되는 제주시 원도심만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그래서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의 주제는 '옛 것을 살려 미래를 일구다'라고 정한 것입니다. 탐라 천 년과 이후 천 년이라는 역사와 역사적 자산을 중심으로 미래 제주를 만들어가려고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제주성의 서문을 복원하고 관덕정 앞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지역주민과 대화를 더 나눠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힘을 쏟게 됩니다.

제주목관아와 관덕정


정부 차원의 도시재생 사업을 하기 이전에 지자체 차원에서 진행된 사업은 제주목관아 복원사업 외에도 탐라문화광장을 만드는 사업이 있었습니다. 과거 제주항이 있어 항구 근처에 종종 있었던 집창촌이 제주항 인근에는 '산지'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탐라문화광장은 이 곳을 공원과 광장으로 만드는 사업이었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지역을 새로이 재편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이슈들이 여기서도 있었습니다. 탐라의 역사가 없는 탐라광장이라던가, 생태가 없는 산지천 복원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결국 완공을 보게 되었고, 지금은 시민의 안식처로 이용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더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도시에 이런 녹지와 수공간이 생겼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도시를 쾌적하게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과거 산지천 위는 복개가 되어 건물도 있었지만 생태복원을 위해 철거를 하게 되었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의 힌트를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산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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