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스타트업이 답이다.
제가 2016년부터 20여 개월동안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초대 센터장을 하면서 처음 일년 동안은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기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시재생 활성화계획만으로는 제주시 원도심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고, 활성화계획에 더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고민의 도착지는 결국 경제였습니다.
과거 정치, 경제, 사회, 경제의 중심지로서 제주시 원도심을 움직인 원동력은 기본적인 정주인구와 더불어 제주도 전체에서 찾아오는 유동인구였고, 유동인구가 지역에서 소비하면서 지역의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는 흐름이었습니다. 지금의 정치 중심지는 어디일까요? 바로 연동입니다. 제주도에서 지자체가 차지하는 경제 비중은 어마어마합니다. 최근 제주도 예산이 5조원이 넘었는데 2017년 기준 제주도 지역내총생산(GRDP)이 20조원 정도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25퍼센트를 차지하고, 공무원 숫자도 6,000명이 넘으니 그야말로 제주도내 가장 큰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행정시인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합한 숫자입니다. 제주도청이 있는 곳이 연동인데 그 주변이 제주공항과 더불어 경제 중심지가 되었고, 노형으로 확장되어 제주 정치와 경제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청을 제주시 원도심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우선 지역을 살펴봤습니다. 제주시 원도심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제주시청이 주변(광양로터리 인근)에 있으며, 제주테크노파크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제주시청 주변에 있습니다. 제주도청만큼은 아니지만 제주시청과 제주테크노파크,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의 중심역할을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힘을 주목했습니다. 그들의 힘은 바로 기업, 특히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제주를 창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결과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었고, 스타트업이라는 스몰비즈니스는 제주시 원도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 필지들과 어울리며 마침 제주에서 제주스타트업협회(JSA)가 생겨 금상첨화인 상황이었습니다.
제주시 원도심은 작은 필지들의 집합입니다. 필지는 집이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입니다. 작은 필지를 합쳐서 큰 땅을 만들고 큰 건물을 짓는 것은 원도심에 어울리지 않는 개발 행위입니다. 그래서 현재의 작은 필지의 작은 건물들을 활용하여 스몰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들을 창업하거나 유치하여 백 개의 스타트업이 모여서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를 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낸다면 도시재생의 목표를 어느정도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목표를 도시재생지원센터만으로는 달성할 수가 없었습니다. 같은 목표를 가진 여러 기관이 함께해야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단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도시재생 제주 콜로키움을 공동으로 기획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는데 연세대 모종린 교수님의 강연과 함께 제주도에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께서 응원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역의 오래된 건물을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시설로 리노베이션하는 리노베이션스쿨을 함께 진행하였고, 제주기상청이 더해져 구 기상정 건물을 창업공간인 W360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완공을 보았습니다. 지역 중심의 스몰 비즈니스를 통해 지역의 가치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스타트업은 결국 지역의 힘이 될 것입니다.
제주시원도심 도시재생을 시작으로 지금은 제주 전체에서 다섯 곳의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주시 신산모루, 남성마을, 건입동과 서귀포시 월평마을, 대정읍 등에서 현장지원센터가 만들어졌으며, 지역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은 잠시 하다 마는 그런 사업이어서는 안됩니다. 과거 개발 위주의 도시 관리 방식, 지역지구제(zonning)로 대변되는 도시계획의 한계는 이미 충분히 드러나있는 상황이고, 지역마다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개성있는 도시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방식인 도시재생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으며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올해 2020년이면 제주에서의 첫 도시재생 사업인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이 끝나게 됩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도시재생은 마중물사업이라고 합니다. 도시는 결국 지역에서 만들어가는데 정부는 그 첫단추를 꿰매는 역할인 것입니다. 올해가 마중물 사업의 끝인 해이지만 지역이 주체가 되어 제주시원도심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작점임을 지자체와 지역주민 모두 인식하고 이후의 계획을 같이 만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