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조각. n개의 아이스크림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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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조각



습한 기운이 가신 지금.

아이스크림이 가장 땡기는 때다.

이상하게 한여름보다 그렇다.

나는 스스로를 책임지는 어른이므로

이제 코딱지만치로 작아진 막대 아이스크림부터

(양은 더 작아지고 가격은 더 비싸져 원통하다)

언제나 이로 부숴 먹는 쭈쭈바,

초콜릿 범벅의 꽁지가 제일 맛있는 콘 아이스크림,

가장 고칼로리의 통 아이스크림까지

분야와 개수를 가리지 않고 먹는다.

말이 그렇지 자주 먹지는 않고

대체로 한 개씩만 먹지만,

이례적으로 3~5개 먹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행복하다.

달짝지근한 맛으로 시작해

상큼한 맛으로 헹궈준 뒤,

부드럽고 살짝은 느끼한 맛으로 넘어간 다음

어릴 적 향수에 취할 만큼 향이 강한

그리고 불량식품 같은 색소 가득한 맛을 즐겨 주고

마지막으로 다시 달짝지근한 맛으로 끝내면,

마치 오미자처럼

하나로 다섯 가지를 느끼는 듯한 즐거움이

짜릿한 냉기와 함께 나를 맴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벌꿀집을 올려 먹거나

시나몬 가루 또는 슬라이스 아몬드를 곁들이는

조합들도 좋아하지만, 이맘때는 역시

있는 그대로 사 먹는 맛이 최고다.

요즘 즐기는 맛은 달콤한 더위사냥 제로와

상큼한 천혜향바다.

그래도 젤리에 비하면

아이스크림의 당류가 낫다.

젤리는 기본 40g 정도를 웃돈다.

합리화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그렇다.

아이스크림도 다른 제품 못지않게

대체 설탕으로 당류 0g 또는 0g에 근접한

제품이 많이 나오니 죄책감을 조금은 덜고 있다.

그중 라라스윗 아이스크림도 자주 먹는데,

파인트 크기의 통 아이스크림

두 개는 거뜬할 만큼 맛있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어떤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지 고심 중이다.

더위사냥 제로와 천혜향은 무조건 하나씩

맛볼 생각인데, 다른 아이스크림은

어떤 걸 골라야 좋을지 심히 고민된다.

왜냐하면 오늘은 조금 힘든 날이었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3개 정도는 선물을 줄 생각이다.

나에게, 나로부터.

기운 내라고.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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