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조각. 감 떨어졌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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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조각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감을 기다린다.

단감, 연시, 홍시, 곶감, 감말랭이.

감은 형태에 따라 색다른 식감을 자랑하고,

그건 내가 감을 사랑하는 1,000개의 이유 중 하나다.

모든 과일을 공평하게 사랑하지만

가을에는 역시 감을 편애할 수밖에 없다.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과일값으로 달마다 천 만원을 벌고 싶어지는 계절.

감은 형태를 바꿀 때마다

가격이 곱절로 뛴다.

품질이 낮고 맛없는 감들도 몇 배나 비싸다.

지난 계절에는 감사하게도 제법 먹었지만,

많이 쟁여두지는 못했다.

냉동실에는 곶감이 단 두 개가 남았고,

참지 못하고 하나를 먹었으니

이제 단 한 개가 남았다.

며칠 전, 몸의 기력이 급격히 떨어졌을 때 먹었다.

그럴 때는 품질 좋은 단백질,

엄마표 김치와 엄마표 김치를 지진 지짐이,

최소 3년 숙성 매실청 그리고

곶감이 제일이다.

어릴 때는 감을 이렇게까지 사랑하진 않았다.

그저 연시 조금 챙겨 먹은 정도다.

하지만 나날이 깊게 감을 사랑하고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엄마 딸인 것이다.

감과 하나인 어머니의 뒤를 잇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아직 어머니를 따라가려면

한참 부족한데, 속내로는 부족해서 다행이다.

그는 대식가 집안의 막내딸이라는 타이틀에

한 치의 오차도 없으므로.

올해는 감을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고칼로리의 감을 위해서라면

새벽 등산도 퇴근 후 복싱 수업도

10km 걷기와 러닝도 그 사이 틈에 헬스장도

감내할 수 있다.

감은, 사랑이니까.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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