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조각. 뜨끈하고 미지근한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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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조각



밤바람이 좋다.

처서가 아직 지나지 않았지만

입추가 지나서인지

벌써 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과 계절 사이.

여름, 겨울 같이 뚜렷한 계절보다

그 사이를 오가는 뜨뜻한 듯 미지근한 시절의

미묘하게 느껴지는 온도 차이가

더 생기있게 느껴진다.

며칠 전엔 유별난 꿈을 꾸었다.

어떤 신호인가 싶어 로또를 샀고, 낙첨했다.

토요일 저녁의 주인공은 언제쯤 될 수 있을는지.

분명 뭔가 될 것 같은 꿈이었는데.

그보다 더 좋은 일의 징조라 생각하면서도

아쉽고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다시 또 초순을 지나 중순.

상반기에 조금 더해

여름까지 계획했던 일들을 결산해 보고 있다.

실패나 성공의 여부보다

도전 자체에 의의를 두며 진행했으나

어떤 건 대차게 실패하고,

어떤 건 너무도 무의미하게 완수했으며,

어떤 건 지속하는 자체로 의미 있고,

어떤 건 거듭 수정을 반복하며 진화 중이다.

글쓰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자신 없던 일이다.

계속 쓸 수 있을지, 누군가 읽기나 할까 싶었던.

그럼에도 몇 개는 완결하고

다른 몇 개는 아직 연재 중이니 감회가 새롭다.

작년 여름, 처음 1,000자 쓰기 도전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쓰며 시작된 글쓰기.

3주 다이어트 프로젝트였던 《죽기 vs 살기》와

엄마를 향한 혁명적 사랑을 담은

《사랑하면 혁명하지》를 완결하고,

복싱 수업 기록 《나도! 복싱?》을 4개월째,

짧은 조각의 일기 《조각의 둘레》를 5개월째 쓰고 있다.

최근에는 사랑에 관한 두 번째 시리즈로

《사랑하면 헤엄치지》를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완결한 《사랑하면 혁명하지》는

오랜 축적의 시간을 지나

무수히 다듬어 내보낸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글의 주인공인 엄마께서

매회에 코멘트를 남겨 주셔서

더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살아있는 한, 많이 읽고

쉬지 않고 쓰고 싶다.

읽는 일도 쓰는 일도 즐겁다.

읽고 쓸 때만큼은 온전하게 살아있음을 느낀다.

책 읽기와 글쓰기와 체력 관리가 어우러져

독서가와 작가와 건강인 그중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그런 삶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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