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조각. 눈썹 구멍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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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조각



전날 눈썹을 정리하다가

실수로 일부분 밀어버렸는데

오늘은 더 많은 영역을 도려내 버렸다.

밖에 나가고 싶지 않다.

운동도 가고 싶지 않다.

처음 실수했을 때는 눈썹 펜슬로

메꿀 수 있어 괜찮았는데,

지금은 돌이킬 수 없다.

한쪽 눈썹의 앞부분이 날아갔다.

이런 날은 없어도 되는데.

부자연스럽게 뚫린 영역.

얼굴에 생긴 구멍이

마음마저 번져서 나를 괴롭게 한다.

눈썹은 정말 금방 자라서

하룻밤 사이에도

뾰족뾰족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빈자리가 다시 찬란하게 차려면

며칠이 걸릴까.

일주일 가지고는 될까.

첫날 밀어버린 눈썹은 못해도 여섯 가닥.

그다음 날 밀어버린 눈썹은 세지도 못했다.

눈썹까지 깎아 먹는 내가 밉다.

미운 나는 정말 셀 수 없다.

계속 밉고 자꾸 미워서

미운 정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자꾸 고개를 내민다.

여기까지가 내 한계점일까.

애써도 기운이 나지 않는다.

점점 더 지친다.

한계점에 닿고도 건강하게 살아남는 건 너무 어렵다.

모든 게 난제다. 해답이 있긴 할까.

잘려 나간 눈썹은 자라겠지만, 다른 건?

헤매느라 버려진 시간과

늘어나는 체지방과

개복치처럼 사라지는 근육은.

지금은 이렇게 살아간다 해도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에는.

무엇으로 먹고 살아가야 할지.

정신을 붙들고 있지만

환절기라 그런지 들쑥날쑥한 마음.

현재, 마음뿐이 아니라 눈썹도 들쑥날쑥.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꾹꾹 채워가는 시간이 답이라 생각하며,

거울 속 나를 조금은 흐릿하게 바라본다.

구멍이 보이지 않도록.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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