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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조각
피자가 달콤한 건
휴식이 보장된 퇴근 때문일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때문일까.
네 판과 두 판 사이를 오가다
평소처럼 두 판만 주문했다.
두 조각을 햄버거처럼 겹쳐 먹는 건
소소한 즐거움.
세 조각을 겹쳐 먹고 싶었지만,
피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말았다.
아무렴. 피자는 펼쳐서 나오는 음식이니까.
일이 잘 안 풀려서 얼굴은 곯았는데.
피자가 먹고 싶었고, 먹으니 맛있었다.
끔찍한 나를 견뎌내는 동안 든 생각은 하나.
괴로워도 밥 생각은 나고
막상 앞에 밥이 차려지면 싹싹 비우게 된다.
죽을 것 같고 죽고 싶어도,
살겠다는 의지는 잡초처럼 죽지 않는다.
살게 된다, 그래도.
살아있으니까.
생은 언제나 긴 여정이다.
모든 순간을 높낮이 없이
품을 수는 없어도,
평지에서는 숨을 좀 고르고
돌길에서는 넘어지면서 조금 울기도 하고
산들바람이 느껴질 땐 마음껏 웃고 싶다.
그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미 놓치고
잃어버린 시간에 매달리지 않기로.
영원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시작은 언제나 끝 위에서 피어난다.
by 개복사
조각의 둘레3 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