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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조각
한국 사람은 ‘빠르게’ 없이는 살지 못한다.
죽는다.
온갖 것에서 빨라야 한다.
나는 ‘빠르게’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모든 것에는 각자의 속도와 과정이 불가피한데
무조건적인 빠르게 요구하니
매 순간 숨이 막힌다.
가만 생각해 보면,
복싱도 ‘빠르게’ 없이는 무의미하다.
주먹이 보이지 않을 만큼 휙휙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발의 스텝이 잽싸야만 한다.
그런데도 복싱을 계속 배운다는 것은,
정말 사랑. 사랑이다.
‘빠르게’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안경원에서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느낌으로
안경을 맞추는 것도 수리하는 것도 가능하고.
개인병원 접수는 앱으로도 가능하며,
택배는 요일과 시간만 잘 맞추면 익일에 받을 수 있다.
건강검진을 하러 가서도 막힘없이 척척.
이렇게까지 빨라서 남는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빠르게’로 재촉할수록 기다림이 없고
그렇다는 말은 버려지거나
무의미한 시간이 없다는 말일 텐데.
그렇게 조금씩 아낀 시간에
즐겁고 행복하면 참 좋을 텐데.
얼마큼의 시간을 아끼든, 스트레스와
행복의 총량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사는 게 고될 리가.
아침에는 꿀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기운이 조금 났지만, 다 마시자 방전됐다.
안 되겠다. 내일은 다가오는 주말과 명절에 대비해
고카페인을 마셔야겠다.
부작용으로 금방 잠 못 들게 하기도 하지만.
고카페인은 빨리 정신을 들게 하니까.
빨리하기 위해 빨리 마실 수밖에.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