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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조각
퇴근길 대중교통에서는
사람들의 손이 유난히 눈에 띈다.
정확하게는 손에 들린 것.
나와는 100% 무관한 것이지만, 너무 궁금하다.
치킨, 떡, 떡볶이, 만두, 회, 피자 등등
텍스트만 읽어도 상상되는 맛과
눈앞에서 봉지째 흔들리는 따끈따끈한 온기에
어떻게 시선을 거둘 수 있을까.
그중에서도 제일은
눈에 띄는 봉지나 박스가 아닌
흰 스티로폼 박스.
냉동 또는 냉장을 요한다는 개념일 텐데,
박스 겉에 아무런 스티커도 없으면 미치겠다.
뭘까. 저 안에 든 건 뭘까, 대체.
그거 뭐예요? 하고 묻고 싶은 마음을
격렬히 억누르며 생각한다.
높이가 낮고 긴 직사각형의 스티로폼 박스.
긴 형태의 물건? 음식?
그건 꽃게일까 장어일까. 아니면 갈치?
해산물이 아닌 다른 것일지도 모르지만,
거기에서 더 생각이 나아가진 못한다.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초밥 봉지가 있어서다.
저 사람은 저 초밥집을 좋아하는 걸까?
비슷한 부피인 것을 보면,
같은 구성을 주문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늘은 내게도 다른 사람을 현혹할 게 쥐어져 있다.
그것은 바로 파파존스 피자.
금요일 방문 포장 이벤트가 있기도 하지만,
모조 치즈가 아닌 100% 자연산
모짜렐라 치즈를 사용하는
피자집 중 한 군데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건지 피자가 맛있기 때문도 있다.
방문 포장하면 중간에서
악랄하게 수수료를 빼가는 배달앱도 안 쓰니
일석이조 아닌 일석다조!
너무 힘들고 유난스러운 한 주였다.
오늘 밤은 부디 무탈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다시 힘을 내기 위해 일단 먹어야겠다.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