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6 조각. 그거 뭐예요?

by 개복사

/

86 조각



퇴근길 대중교통에서는

사람들의 손이 유난히 눈에 띈다.

정확하게는 손에 들린 것.

나와는 100% 무관한 것이지만, 너무 궁금하다.

치킨, 떡, 떡볶이, 만두, 회, 피자 등등

텍스트만 읽어도 상상되는 맛과

눈앞에서 봉지째 흔들리는 따끈따끈한 온기에

어떻게 시선을 거둘 수 있을까.

그중에서도 제일은

눈에 띄는 봉지나 박스가 아닌

흰 스티로폼 박스.

냉동 또는 냉장을 요한다는 개념일 텐데,

박스 겉에 아무런 스티커도 없으면 미치겠다.

뭘까. 저 안에 든 건 뭘까, 대체.

그거 뭐예요? 하고 묻고 싶은 마음을

격렬히 억누르며 생각한다.

높이가 낮고 긴 직사각형의 스티로폼 박스.

긴 형태의 물건? 음식?

그건 꽃게일까 장어일까. 아니면 갈치?

해산물이 아닌 다른 것일지도 모르지만,

거기에서 더 생각이 나아가진 못한다.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초밥 봉지가 있어서다.

저 사람은 저 초밥집을 좋아하는 걸까?

비슷한 부피인 것을 보면,

같은 구성을 주문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늘은 내게도 다른 사람을 현혹할 게 쥐어져 있다.

그것은 바로 파파존스 피자.

금요일 방문 포장 이벤트가 있기도 하지만,

모조 치즈가 아닌 100% 자연산

모짜렐라 치즈를 사용하는

피자집 중 한 군데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건지 피자가 맛있기 때문도 있다.

방문 포장하면 중간에서

악랄하게 수수료를 빼가는 배달앱도 안 쓰니

일석이조 아닌 일석다조!

너무 힘들고 유난스러운 한 주였다.

오늘 밤은 부디 무탈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다시 힘을 내기 위해 일단 먹어야겠다.


by 개복사

keyword
이전 26화85 조각. 우리의 민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