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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조각. 우리의 민주주의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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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조각



간밤에 잠을 못 잤다.

누구라도 깨어 있었다면

평소처럼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

일상적인 하루 끝에서 떨어진 생필품을

구매하려고 핸드폰을 하던 순간 보인,

현실에서 볼 거라고 생각조차 못한 다섯 글자.

어젯밤 10:30분쯤 선포된 비상계엄령.

한 시간 지난 11:30분 경에는

포고령 제1호가 발표되고,

시간 반 지난 오전 1시에는 서울경찰청에서

을호비상이 발령될 예정이었다가

국회에 겨우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상정되면서

오전 1시 1분에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되어

겨우 상황이 진정 궤도에 올랐다.

잠들어야 하는 시간에

실시간으로 상공을 날고 있는 군 헬기를 보면서,

국회에 점점 모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피부에 와닿던 공포와 경악과 더불어

혼란 속에서도 단호하게 들어차던 생각은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오늘 낮에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현실이 점점 더 피부로 와닿는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건

동시에 일어날 수 없도록 할 수 있다는 사실도.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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