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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조각. 겨울 만두 만남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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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조각



집 근처에 만둣가게가 생겼다.

만두가 맛있다.

오늘도 만두, 어제도 만두.

맛있는 걸 먹으니 좀 살 것 같다.

만둣가게가 처음 열었을 때는

일찍 문을 닫았다.

존재 자체로 서글픈 야근인데,

늦은 퇴근길에 올라

불 꺼진 만둣가게를 보면

마음이 몹시 적적했다.

하지만, 이제는 영업시간이 늘어나

야근해도 만두를 만날 수 있다.

게다가 만두 속이 이전보다 늘었다.

나날이 살기 팍팍해지는 시대에

대체 어떤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가게의 합에 맞춰 열심히 사 먹고 있다.

이런 만둣가게가 없는 삶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만두를 주문하고 받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만두가 익는 몇 분의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찜기에서 퍼지는 연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숨을 크-고,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어 봤다.

겨울 한정으로 보이는 입김이

만두 연기에 묻혀 금방 사라졌다.

제법 깊게 숨을 쉬었는데도

그런 숨은 쉰 적 없다는 듯, 금세.

겨울이면 소리 내 말하는 문장이 있다.

좋아하는 최은영 작가님의 소설에서 읽은 문장이다.

‘겨울은 사람의 숨이

눈으로 보이는 유일한 계절이니까.’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의 표제작으로

소설의 끝부분에 나오는 문장인데,

힘든 시기에 읽어서 그런지

그 문장이 유난히도 오래도록 남아

잔잔한 위로를 건네주었고,

이후의 모든 겨울엔 특히 더 위로를 받고 있다.

숨이 눈으로 보인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당연한 사실을

말로 명징한 순간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 소설을 읽은 건,

소설집으로 묶여 나오기 전인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0)』에서

읽었으니 벌써 몇 년째 유지되고 있는 셈인데,

글의 힘이 참으로 대단하단 걸

몸소 체감하는 중이다.

당분간은 겨울이므로

살면서 몹시 추울 때면,

또다시 소리 내 말할 것이다.

몇 년 동안의 겨울처럼.

겨울은,

사람의 숨이,

눈으로 보이는,

유일한 계절이라고.


by 개복사

(* 사진은 만둣가게 만두가 아닙니다.

집에서 만든 만두 사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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