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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조각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
운동을 하다가 못하니까 괴롭다.
세상일도 내 일도 뭣 하나 쉽게 가지 않는다.
긴 줄을 서서 구매한 로또는 이번에도 낙첨.
김건희 특검법은 부결, 탄핵소추안은 폐기.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이후로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찾아 읽었다.
계속 읽으면서 모르는 것은 배우고
아는 것은 재차 확인했다.
말이나 글로 표출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아무 이름도 갖지 못한다.
단어를 찾아 언어화시킬 때
비로소 형태를 갖추는 것이다.
이 ‘조각의 둘레’는 응축된 마음을
언어화시키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는 것.
잘 알수록 제대로 두드려 팰 수 있다.
나를 아는 것도 상대를 아는 것도 모두.
지난 7일에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김건희 특검법만 투표한 뒤
회의장을 나가버린 107명의 국민의 힘
국회의원을 한 명씩 호명했었다.
이후에 돌아와 투표한 사람은 두 명.
탄핵 표결의 불참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기가 막혔고 모욕적이었다.
탄핵소추안은 돌아오는 토요일에 재표결 예정인데,
새로운 소식 중 하나는 사상 초유로
현직 대통령의 출국이 금지되었다는 것.
빨리 토요일이 오면 좋겠다.
하루하루가 유난히 길다.
비상계엄령 이후로 푹 잠들지 못하고
별별 악몽을 꾸는 중이다.
오늘 밤에도 어쩐지 그럴 것 같다.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