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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조각. 알고 모르고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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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조각



듣고 싶은 노래가 있는데 못 듣고 있다.

분명 즐겨듣던 노래인데,

가사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고

리듬도 흐릿해서

흐으음 음음~ 하면서 어떻게든

더 유추해 보려고 하지만, 벌써 2주째 실패.

강력한 후보의 가수를 찾아서

노래를 듣다 보면,

결국엔 다 비슷해져서

흐릿한 리듬조차 잊게 된다.

그리고 계속 반복이다.

흐릿한 기억, 전수 조사, 실패.

듣고 싶은 노래만 빼고 듣지만 속상하지는 않다.

실패 끝에 정착한 노래도 좋아서.

취향에 맞고 기분에 맞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방금 전의 실패는 실패 같지도 않고,

이러다 영영 노래를 못 찾을까 싶은

터무니없는 생각은 잠시 떠다니다가

들려오는 가사에 흡수된다.

나중에는 머릿속 흐릿한 리듬을 가지고도

인공지능이 노래를 찾아줄 수 있을까.

그보다는 직접 하나하나 노래를 찾아 듣는 게 빠를까.

오늘도 노래 찾기에 실패했는데,

실패가 오히려 팽팽하게 당겨지던 신경을

느슨하고 말랑하게 만들어주고 있으니

인간이란 정말 영문을 알 수 없는 동물이다.

때때로 잃어버린 걸 찾기 위해

온 정신과 시간을 쏟아붓기도 하는데,

그럴 때도 오늘처럼

느슨하고 여유 있는 마음이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이란 마음 먹기 달렸다는 걸,

그러니까 덜 힘들어하면 좋겠다는 걸,

여든이 되어도 다짐하고 있을는지.

여자, 솔로 가수, 싱어송라이터,

높낮이 폭이 크지 않은 차분한 곡.

올해 안에는 노래 제목이 떠오를까.

지금은 그게 제일 궁금하긴 하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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