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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조각
견딜 수 없는 게 많아지는 계절이다.
이러다가도 금방 눈이 내릴 텐데.
입추가 지났고
돌아오는 토요일이면 처서에 당도한다.
여름에 견딜 수 없는 몇 가지.
장마와 습기, 모기, 여름 휴가의 끝.
그리고 에어컨 없는 야근과
불가피한 땀냄새를 능가하는 모든 냄새.
8월의 중순를 지나는 요즘에는
밤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밤 냄새도 나고,
여름에 지지 않는 가을 햇살 냄새도 난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분명히 존재하는 기분.
동시에, 무념한 태도로 뭐든 괜찮다가도
어떤 것도 참을 수 없음을 널뛰는 상태.
나를 계속 잃고 있는 마음으로는
이 모든 게 이번 계절에서
끝나기를 기도하지만,
68주차에 접어든
주간 산행에서 마주한 일을 생각하면
삶이란 언제나처럼 개인적 소망이나
열정과는 무관하게 흐르겠지 싶기도 하다.
갑자기 바로 눈앞에 날아든
열 마리는 족히 넘는 뱁새 무리,
돌 계단을 오르다 튀어나온 뱀,
뒤섞인 여름과 가을 냄새,
챙겨간 물을 소진해
정신력으로 버틴 영원 같던 90분,
절 주차장의 형사 차량과 과학수사 차량…….
하산 후 마신 물 한 모금처럼
단비 같은 순간도
날씨 빌런이라 동네 약국 가는 길에서조차
마른 하늘에 비를 맞고 다니는 순간도
디딤돌이 되어
다음으로 굳건하게 이어주거나
바로 그 자리에 넘어져 나뒹굴게 하겠지.
오히려 흔들려 굴러간 디딤돌로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을지도.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