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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조각
사랑하는 세계가 있으면
사람은 반짝반짝 빛난다.
그 세계가 그릇되어
온갖 잘못된 정보로 넘치든
그 안에 사는 사람이
현실에 없거나 잘못된 사상을 지녔든.
믿고 있는 세계가 있고
그 세계를 사랑한다면,
사람은 빛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무서운 것도
조심해야 할 것도 사람이라고.
주변에 무조건 자신의 말이 맞다고
바득바득 우기는 사람이 있다.
다른 견해를 말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정정하면,
눈이 뒤집어질 것처럼 부라린다.
언제나 첫 대사는,
“아니에요.”
그다음은 속사포로 쏟아진다.
당신은 잘못됐고 틀렸고
내 말이 맞으므로
내 말에 토를 달지 말고,
어서 받아들이라는 식이다.
상대가 물러서지 않고 대응하면,
재빠르게 핸드폰으로 증거를 찾는다.
그럴 때의 광기 어린 눈빛은
볼 때마다 불쾌하고 기이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렇게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스트레스가 없고 잘 먹고 잘 산다.
대체로 아프지도 않다.
하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세계는 없는데.
요즘은 바닥난 인류애를 채우고자
동물에 관한 책을 읽는다.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라는 책으로
‘008 대왕고래’ 편을 읽고 있는데,
잘못 고른 것 같다.
작년에 힘들 때,
새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고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게 기억나서 고른 건데.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인간 한 종 때문에 수많은 동물이 죽고 있다.
100편까지 어떻게 완독하나 섬뜩한 심정.
그럼에도 그 잔상을
끝까지 마주할 생각이다.
100만 원을 넘게 쓰고서야
일상생활은 가능해진
내 팔처럼(아직도 아프다),
내가 사랑하는 세계는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곳이니까.
끝이 보이지 않게 무너지는 세상도
화려하게 빛나는 세상도
결국은 무너진 자리에서
더 단단하게 자라나는 순환임을 아니까.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