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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조각
여름에는 날이 더워 맛이 가는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를테면, 이런 식.
강화도가 고향인 엄마가
내게 망둥어를 주문했다.
(*우리는 그냥 강화도를 강화도라 부른다)
그리고 나는 군산 망둥어를 주문했다.
강화도 망둥어를 구할 수 없던 까닭이다.
군산 망둥어는 강화도 망둥어보다 크다.
강화도 망둥어는 크기가 작은 생선으로
구워서 뼈째 먹는다.
그러므로 군산 망둥어는 거의 튀겨 먹는다.
야속한 세상.
괜찮다고는 하지만,
아쉬워하는 눈빛이 가슴에 박힌다.
엄마는 왜 강화도 망둥어를 먹을 수 없는가?
나는 왜 강화도 망둥어를 못 구하는가?
강화도 망둥어는 무슨 맛인가?
무슨 맛이길래 엄마는 그 맛을 그리워하는가?
강화도 망둥어는 어딜 가야 살 수 있는가?
엄마가 지금의 나보다도 어렸을 때 살던 집.
태어나서 결혼 전까지 살았던 집.
들을 때마다 다르게 그려보던,
나무들과 우물이 있던,
할아버지가 지었다던 집.
엄마가 엄마 집에서 제철마다 양껏 먹었을,
종종 이름만으로 내게 찾아오는 음식들.
그 앞에서 어른의 나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어렸을 때, 나는 그 집을 다시 사서
엄마에게 주겠다고 마음의 약속을 했는데.
요즘은 100세 시대니까,
열심히 살면, 그쯤엔 살 수 있을까?
내가 부모님께 꼭 드리고 싶은 건,
이미 소멸한 세계에 있다는 걸 알아.
내가 아플 때마다 엄마가 구워주던 조기나
철마다 해주던 김치와는 차원이 다른 것.
하나의 세계가 소멸하기 전에
반짝반짝 빛을 내며 존재하던 것.
망둥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어제는 퇴근길에 복숭아 두 팩을 샀다.
대극천 복숭아와 백도 한 팩씩.
지금은 복숭아 철이니까.
엄마가 아직 사랑하는 게 있고,
그 사랑을 내가 알고,
그걸 엄마도 알고 있으므로.
우리에게 망둥어는 없을지언정
아직 남아있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래도 엄마가 또 다른
강화도의 무언가를 그리워하기 전에,
강화도 토박이 할머니 친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지만.
그런데 그러면, 나는 강화도 할머니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