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조각. 껍데기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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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조각



산의 일부가 될 때

나는 몸을 얻는다.

그 이전은 빈 껍데기.

텅 빈 채로도

시기하고 분노하고

빼앗기고 쟁취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놀랍다.

내 몸이 듣는 소리는

새들의 울음 소리.

나뭇잎끼리 부딪치는 소리,

여치의 뜀박질 소리,

뱀이 지나가는 서늘한 소리,

흙 목욕하는 까치 날개짓소리.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만,

괴롭힘을 위한 괴롭힘과

이유 없는 죽음은 없는 곳.

(이유 없는 죽음이 있다면,

그건 인간의 개입 때문이라고)

그리고 여기는

자신을 위한 선택조차 비웃음을 당하는 곳.

불필요한 일에 짓눌려 필요한 일은

꺼내보지도 못하는 곳.

삶은 왜 자꾸만 절박해질까.

조상님은 돌아가실 때만 찾아오고.

제삿밥을 그렇게 많이 드시고도

로또 번호 한 번 점지하지 않는.

십수년을 혼자만 드셨으면,

알려줄 때도 되지 않았나.

다른 쪽은 제삿밥 구경도 못했는데.

그렇지. 세상은 불공평한 곳.

기울어진 저울.

우리에게 공평은

언제나 마이너스에서 시작하지.

산 속에서만 비로소

내 몸을 느낀다.

내 생각과 마음과 여유를.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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