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조각. 마음의 단골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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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조각



아직 나는 젊은 걸까.

눈물이 나도 밥을 먹는다.

아니다.

밥을 먹다가 결국 울고 만다.

참아낸 모든 것은

밖으로 터져 나와야만 끝이 난다.

그걸 알면서도 자꾸 참는다.

꾹꾹 눌러 담는다, 깨지고 부서진 마음에다.

단골 돈까스집에서

서비스로 돈까스 두 조각을 받았다.

가끔 음료수나 돈까스 서비스를 받곤 한다.

통성명 없이 얼굴로만 아는 사이.

어떤 물음도 답도 필요 없는 사이.

배를 채우러 가면

배를 채워주는 사이.

힘들게 하루를 보냈지만

내일을 버틸 힘이 없을 때,

그럴 때면 들르는데.

그런 것도 얼굴에 표가 나는 걸까.

돈까스집은

내 방도 집도 회사도 아닌 곳.

가족도 친구도 지인도 없는 곳.

지친 마음의 단골인 곳.

밖에서 우는 건 어른의 교양은 아니니

꾹꾹 눌러담은 밥을 삼키기엔 제일이다.

이전까지 내게 ‘단골’이라고 하면,

첫 직장 근처에 있던 카페였다.

(단골이 되기는 그만큼 쉽지 않다.

내게는 이 이상의 단골집은 없다.)

그곳은 회사에서 천천히 걸으면

10분도 더 걸려서 아무도 찾지 않았다.

넓고 조용해서 구석에서 울거나

마음을 추스르기 좋았다.

창밖의 나무를 멍하니 보거나

컵을 투과하는 빛을 쫓다 보면

시간은 금방 지나서

더 두렵고

도망치거나

사라지고 싶어졌지만.

대신에 나는 그런 마음이 들 때면

마음이 머물 수 있는 단골의 어딘가에서

시끄럽고 뾰족한 마음을 달래며

살아남는 하루하루를 축적해 왔다.

버리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거짓말로 속이지도 않고

튀어나온 부분을 살피며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오늘.

마음은 받는 만큼 좋아지니까.

상처보다 더 많이 약과 온기를 퍼부어야지.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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