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조각. 행복 행간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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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조각



따뜻한 고구마라떼 한 잔.

오늘의 저녁 식사다.

추운데, 덥다.

옷을 과하게 챙겨 입었다.

반짝 추웠던 것은 오늘이 아닌 어제.

다시 온도가 올라가는 걸 보고

겉옷은 얇게 조정했는데,

윗옷을 겨울옷으로 입어버렸다.

출근할 때는 별생각 없었다.

그런데 삐질삐질 땀을 흘려가며

하루를 보내고 나니,

혹시나 무언가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싶었던 건가 싶기도.

아등바등 ‘보통의 사람’에 섞이려고

애를 쓰고 기를 쓰는 일이,

어제와 같고 내일도 같을 하루가

언제나 쉽지 않고

대체로 상처투성이가 되곤 하니까.

스스로를 비난하고 축소하는

비틀린 생각은 원하지 않는 덤이고.

작고 볼품없고 초라한 나-와 같은.

그러면 나는 주문처럼 반대로 말해본다.

대개 한참을 생각해야 지어지는 주문을.

이를테면,

눈에 띄고 멋지고 대단한 나.

삶이란 언제나 양면이어서

감사와 불행, 행운과 종말처럼

전혀 다른 카테고리가 하나로 묶이는

종잡을 수 없는 구석이 있으므로,

세상의 저울질에 이끌리지 않고

밝은 쪽으로 향하는 힘이 필요하다.

평생, 모든 게, 뜻대로 되거나

늘, 행복하고 평안한 일은 어렵다.

행복하기 때문에 불행할 것이라거나

아프기 때문에

건강할 것이라는 확신도 어렵다.

고민 끝의 결정이 나를 옭맬 수도

절호의 기회를 발로 차버릴 수도

꿈에서 점지받은 복권 번호를 잊을 수도

체중 조절 중에 저녁을 두 번 먹을 수도.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단지, 어떤 후회를 할지 정하는 것.

뜻하지 않은 과정까지 받아들이는 것.


by 개복사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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