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조각. 출퇴근송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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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조각



출퇴근길에 노래를 듣는 이유는 하나다.

힘들어서.

기운이 없고 안 나지만,

나는 최소한 나라는

한 명의 인간을 부양해야만 한다.

회사는 춥고 짜게 굴고

냄새나는 사람이 많고

매일매일 강제흡연과

혀 차는 소리에 시달리며

뭐든간 짜게 굴고

아무튼 고약하게 굴고

제대로 된 고기 한 번

내게 준 적 없지만.

상호 약속대로

정해진 시간(외에도) 일을 하고

정해진 날짜에 (칼같이) 돈을 주며

최소한의 도리를 한다.

나를 먹이고 입히고 재운다.

아프면 병원에 갈 돈,

큰 일이 생겼을 때 사용할 상비금,

당장 얼마간의 생계는

감당할 수 있는 돈,

먹고 싶을 걸 스무 번은 참았다가

먹을 수 있는 돈,

사회생활 어울리며 사 먹을 커피값,

그럴싸해 보이기 위해 사는 옷값,

척추를 지키기 위한 좋은 신발값,

살아남기 위한 각종 영양제와 기타 등등.

현실을 벗어날 수 없을 때,

음악은 언제나 구원의 형태로 다가온다.

근래에는 출근길에 ‘나의 작은 마을’을,

퇴근길에는 ‘안녕, 잘 지내.’를 듣는다.

모두 홍이삭의 노래다.

(홍이삭은 종종 찾아 듣는 가수 중 한 명이다.)

어쩌다가 ‘안녕, 잘 지내’가

퇴근송이 되었냐면, 글쎄.

최근에 나온 싱글앨범의 두 곡 중에

좀 더 차분해서?

퇴근길 독서가 잘 돼서?

뭔가 묘하게 이전에 듣던 노래들과는

창법이 다른 느낌이지만,

이렇게 부르나 저렇게 부르나

홍이삭은 홍이삭.

누군가에게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이렇게 쓰나 저렇게 쓰나

개복사는 개복사.

그러므로 희망은 접어두고

우선 나부터.

이러나 저러나

개복사는 개복사.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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