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각. 증명 불가 사람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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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각



지갑을 분실했다.

현금이 얼마 들어 있었는지는 기억에 없고,

카드는 분실 신고와 동시에 재발급을 받았지만,

신분증은 아직 없다.

재발급 신청을 해두고 기다리는 중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스무 살에 얻게 되는 주민등록증.

있어도 매일매일 필요한 물건은 아니다 보니

크게 체감되는 불편함은 없는데,

이상하게도 그런 기분이 든다.

존재가 사라진 느낌.

세상에 나 홀로 붕 떠 있는 느낌이 괴롭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투명 망토를 쓴 것처럼

나만이 나를 느끼고 나만이 내 호흡을 듣고

내 모든 흔적은 실시간으로 사라지는 것 같다.

주민등록증 재발급은 기본적으로

2주에서 3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사실, 지갑을 잃어버린 시점은 오늘이 아니다.

지갑을 잃어버린 게 거짓말 같아서

받아들이는 데만 2주가 걸렸다.

자고 일어나면

책상에, 아니면 옷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제물을 준비해 도깨비한테 빌기도 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스스로를 다그쳐

기억을 되짚어 보기도 했지만,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있으나 없고 없으나 있는 기분.

이것은 진정으로 조각난 일기.

이런 상황들,

절대 겪고 싶지 않은, 어렵지 않지만 너무도 귀찮은,

거짓말이라 믿고 싶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온전하던 삶이 부서지는, 신분 증명이 불가한,

이런 경험들에서야말로 하는, 마음을 쓰지 않는 연습.

잊는 것도 바라는 것도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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