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조각. 음악 듣는 사람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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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각



퇴근길에 A를 만났다.

떡볶이를 먹기 위해서였다.

만나서 마치 나도 출장을 다녀온 것처럼 연기했다.

아, 출장 너무 힘들다. 이번 주는 그만 갔으면.

A는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주문한 떡볶이와 우동을 기다리는 동안에

그런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동안에, 밖에서는

피아노 연주가 들려왔다.

라운지에 있는 피아노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이번에는 베레모를 쓰신 할아버지가 만드는 화음이었다.

피아노를 배운 적 있다.

조그만 대회에서 상도 타보았다.

그때 먹은 갈비 맛이 꽤 좋았지.

손이 피아노에 닿고

피아노 소리가 몸을 휘감는 느낌을 안다.

그 느낌은, 꼭 피아노를 배운 적 없더라도

음악을 듣는 누구나 알 수 있는 감각이다.

음이 스르륵 나를 휘감고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느낌.

그렇게 춤을 추듯 유려한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자리에 앉아 할아버지의 연주를 계속 들었다.

끝나는가 싶으면 새 곡을 연주하셔서

멍하니 앉아 들을 수 있었다.

삶이란, 이렇듯 지칠 때 어디선가 등장하는

작은 이벤트 그 자체.

괴롭지만 버티고 힘들지만 괜찮고

오늘을 살아 내일을 만들고

떡볶이는 맛있고 연주는 멋있는, 바로 그런 것.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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