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파트의 브랜드 경험

이제 아파트도 브랜드 경험이 중요하다

by 오프너

'아파트는 다 똑같지 않느냐'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더 이상 아파트는 단순히 주거 목적의 공간이 아니다. 이제 사람들은 평수와 입지로 아파트를 평가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누리는 생활, 입주 이후의 삶, 커뮤니티에서의 소속감, 아파트 단지 브랜드에서 오는 자부심까지 모두를 포함한 '경험'을 기준으로 아파트를 고른다. 이 변화는 마치 자동차 브랜드가 단순한 이동 수간을 넘어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여겨지는 것과도 유사하다. 이제 아파트 단지들도 자신만의 브랜드 정체성과 고객 경험을 설계하지 않으면 선택받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더불어 부동산 시장에서의 아파트 구매 결정은 점점 더 감성적인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어디에 있는가?', '얼마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가?'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어떤 삶을 살 수 있는가?', '이 집이 나에게 어떤 삶의 가치를 줄 수 있는가'에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아파트 브랜드는 이 질문에 해답을 제시해야 하며, 그것이 곧 아파트 브랜드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다.



AI와 함께 시작된 새로운 주거 경험

아파트 브랜드의 차별적 경험은 기술에서 먼저 시작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은 요즘 아파트가 제공하는 가장 직관적인 미래형 주거 경험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은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 '홈닛(Homeniq)'을 통해 AI 기반 실내 환경 제어부터 메타버스 연계 주거 스타일링까지 가능하게 했다. 입주민은 단순히 전등을 끄고 켜는 편의 수준을 넘어, 자신의 생활 패턴에 따라 조명과 온도를 자동 설정하고, 주거 공간을 자유자재로 스타일링까지 할 수 있다.

첨부-이미지1.-홈닉2.0-앱-메인-화면.jpg ⓒ삼성물산 홈닉

SK에코플랜트가 부산 수영구에 선보인 프리미엄 아파트 '드파인 광안' 단지에는 AI가 입주자의 행동 패턴을 학습해 스스로 조명과 환기를 조절한다. 인공지능 스위치를 통해 입주자의 재실 상태와 선호 온도까지 스스로 학습하여 조명, 대기 전력, 난방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고양시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 단지에 자율주행 로봇 기술을 활용해 단지 내를 누비며 입주민에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봇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장애물을 회피하면서 단지 곳곳을 누비는 모습 자체가 하나의 차별화된 경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기술은 점점 더 섬세하고 인간 중심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770_본문이미지-2(1).jpg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 자율주행 로봇


우리 아파트 단지만의 유니크한 서비스

아파트 브랜드 경험에서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서비스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현대건설은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통해 디지털 기반의 주거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다. 입주민 전용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커뮤니티 시설 예약, 청소와 펫케어, 컨시어지 서비스 신청 등 다양한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특히 해당 플랫폼은 입주자들의 일상과 긴밀하게 연결되며 입주민의 삶 전체를 관리하는 주거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단순히 건물의 품질을 넘어 주거의 총체적 만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01.39229715.1.jpg ⓒ현대건설 MY THE H

요즘에는 아파트 단지만의 유니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DK아시아의 '로열파크시티' 단지는 단지 내 영화관 '로열 시네마 라운지'를 마련해 최신 영화를 프라이빗하게 관람할 수 있는 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해당 단지는 국제성모병원과의 제휴를 통해 입주민 대상 의료 상담과 진료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집이라는 개념을 생활 문화의 중심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지 내에서 해결 가능한 서비스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입주민의 일상에 있어 아파트 단지 내의 체류 시간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말과 같다.

ⓒDK아시아

한편, '신세계까사'는 하이엔드 아파트 '서초구 메이플 자이' 단지를 겨냥해 3D 도면 기반의 인테리어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구 배치, 생활 동산까지 함께 고민하는 맞춤형 경험을 제공한다. 가구 구입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동반자로서 브랜드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입주자들은 단순한 상품 소비를 넘어서, 브랜드와 함께 일상을 설계하고, 스타일을 만들어가며 정서적 유다감을 쌓아간다. 이처럼 특정 아파트 단지 타겟층을 겨냥한 다채로운 서비스 경험들이 늘어나면서 향후에도 서비스가 고도화되며 확대될 전망이다.

ⓒ신세계까사



아파트 커뮤니티가 곧 경쟁력

최근에는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 자체가 아파트 단지 브랜드 자산으로 기능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포의 '래미안 원베일리'에서는 입주민들이 주도하는 미혼 자녀 단체 미팅 모임 '원결회(원베일리 결혼회)'가 형성되었고, 이는 '래미안 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등 주변 단지로도 확산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커뮤니티가 입주민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겨났다는 점이다. 입주민 스스로 관계를 맺고 문화를 만들며, 아파트 단지라는 물리적 공간이 커뮤니티와 브랜드라는 감성 자산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연결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 브랜드 충성도와 이탈 방지 요인으로까지 작용될 수 있다. 이제 브랜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망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는 중이다.

ⓒ반포 원베일리 결혼정보회 오픈채티방 이미지

이러한 변화는 소개팅 앱 '골드스푼'과 같은 외부 플랫폼에서도 목격된다. 특정 고급 아파트 입주 여부가 가입 조건이 되는 현실은 아파트 단지 브랜드가 일종의 사회적 인증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아파트 단지는 단순한 주거 건물이 아니라, 거주자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결정짓는 사회적 플랫폼이 되고 있다.



이제 아파트도 브랜드 경험이 중요하다

이제 아파트 브랜드의 차별성은 설계나 입지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고객이 얼마나 아파트 단지 브랜드를 체감할 수 있느냐, 생활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기술이든, 서비스든, 커뮤니티든 핵심은 입주자 중심의 경험 설계이다. 특히 경험은 물리적 요소보다도 감정적, 사회적 요소에서 비롯될 때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 앞으로의 아파트 마케팅은 브랜딩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이 사는 집이 아닌 살고 싶은 브랜드를 선택하는 시대, 아파트도 이제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고 소통하며, 기술과 감성을 동시에 설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 시대에 진짜 살고 싶은 아파트가 되는 첫걸음이다.


©Opener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야구 구단, 젊은 팬만 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