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nisland Jan 06. 2019

디자인과 본질의 조화, 고도식

송리단길의 고깃집

고도식, 고산 돼지를 맛본다(食)

고산 돼지를 맛본다는 뜻의 고도식은 정동우 대표님이 기존에 운영하던 외식 컨설팅 회사 '뜨거운 고도씨'의 고도를 인용한 것이기도 하다.

밖에서 보이는 적벽돌의 깔끔한 파사드에는 가게의 로고와 손을 씻을 수 있는 수도꼭지가 설치되어 있는데 모자이크 타일의 마감이 초등학교 시절 수돗가를 연상케한다.

출입구의 오른쪽으로 보이는 세 개의 고정창 부분은 깊이가 있어 메뉴판이 놓여있는 등 액세서리 매장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쇼윈도, 쇼케이스와 같은 연출이 인상 깊다.


트로(New-tro)

레트로 느낌을 기본으로 80-90년대 우리나라 주택에서 볼 수 있었던 소재와 디테일들이 주로 사용되었으며, 소품을 진열한 찬장 및 조명, 스피커, 벽걸이 시계 등은 한눈에 봐도 깐깐하고 수준 높은 안목을 가진 디자이너가 많은 신경을 써서 골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테리어에 어우러지게 음악 또한 복고풍으로 채워져 있다. (플레이 리스트를 제대로 따지 못한 게 아쉽다.)

고도식 로고와 수도꼭지가 설치되어있는 적별돌의 파사드




펜던트 조명이 있는 고깃집

고도식에서는 일반적인 고깃집의 천장에서 내려오는 환풍 덕트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심플한 펜던트가 테이블마다 내려와 아늑하면서도 레트로 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숯불, 연탄 화로에 직화로 고기를 굽는 방식 대신 고도식은 고기의 고유한 기름으로 고기를 보다 고소하고 촉촉하게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 팬 프라잉을 고집한다.

이 두 가지는 다른 고깃집과 고도식을 차별화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한편으로는 이 두 가지 요소로 인해 약해진 공간의 기능적인 부분들이 아쉬웠다.

고기를 팬에 굽다 보니 바닥과 붙박이 가구의 표면, 등갓 부분이 기름으로 약간 미끈한 느낌이 들어 어린 시절 아파트 상가에 있던 정육점의 도끼다시 바닥이 생각났으며, 환기량이 부족해서 매장 내 공기가 좋지 않을 것 같았다.

백색 도장이 전체를 이루고 있는 면과 에어컨, 펜던트 등갓을 원래 색상 그대로 유지 관리하기 위한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았다.

설비적인 문제를 고려해야겠지만 개인화로나 테이블 화로에 맞춰서 설치할 수 있는 테이블형 소형 환풍 덕트가 설치되어 있었으면 기름이 조금 덜 튀고 매장 내에 공기도 조금 더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고도식에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환풍 덕트가 설치되어있지 않다


좋은 서비스와 맛있는 고기를 고르는 안목을 가진 곳

고산 돼지를 원료육으로 하는 고도식은 직원분들이 메인 메뉴인 알등심을 비롯해 천겹살 등 고기를 직접 구워주시며 굽는 동안에도 좋은 고기를 보는 법과 각 부위에 대한 내용을 친절히 설명해주신다.

순두부찌개는 그것을 주 메뉴로 판매하는 곳 보다 맛이 있다.

고깃집의 고기와 서비스를 이야기하면서 순두부찌개에 대해서도 언급을 한 것은 그만큼 모든 메뉴에 정성을 쏟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대표님 이하 모든 직원분들이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각 테이블의 고기를 손수 구워주신다




아름다운 그릇이더라도 그 안에 담긴 음식의 맛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다.

공간 디자인이 그렇다.

아무리 감각적이고 사용자에게도 편리한 디자인이라도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과 그곳에서 판매하는 음식, 상품 등 구성요소들이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다면 그 공간 디자인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반대로 특별할 것 없는 디자인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것들이 본질에 충실하다면 사람들은 그곳을 기억하고 다시 찾을 것이다.


고도식은 고깃집으로써 좋은 디자인, 맛있는 음식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송리단길 #석촌 #고깃집 #고도식 #고기 #삼겹살 #맛집 #순두부찌개


고도식 사진 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의 섬, 가배도 咖琲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