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nisland Aug 23. 2019

문래 창작촌의 아이덴티티

비닐하우스, 문래동

문래동 철공소 골목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비닐하우스는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펍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2년 전 비 내리는 날 창작존을 지나다 우연히 방문했었는데 당시 아무런 정보 없이 지나가다 발견하게 되어 이곳이 카페인지 아니면 전시 문화공간인지 긴가민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던 것이 생각난다.


이름이 곧 공간의 콘셉트이자 그 자체이다.

익선동에 '카페 식물', '거북이 슈퍼' 등을 작업한 데시 아키텍츠에서 문래동에 디자인한 비닐하우스는 직접 보기 전까지 이름이 왜 비닐하우스일까 의아할 수 있지만 금속 구조물로 형상화된 문래동 판 비닐하우스의 파사드를 마주 보게 되는 순간 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기존의 건물에 비닐하우스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형태의 파사드


비닐하우스가 들어서기 전에는 철공소나 작업장 등의 용도로 사용되었을 법한 건물의 비어있는 공간에 독립된 구조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약간의 여유를 두고 금속 구조물이 설치되어있다.

일반적인 브랜드 매장이나 카페, 레스토랑들의 외관이 공간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서 기존 건물과의 조화, 주변 환경과의 어울림보다는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된 하나의 조각을 끼워 맞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반면 비닐하우스는 기존 건물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두고 마치 처음부터 공존했다는 듯 자리 잡고 있다.


마감재인가? 건축자재인가?
실내인가? 실외인가?

비닐하우스의 문을 열면 적벽돌 벽과 캠핑 의자가 맞이한다.

거대한 출입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면 적벽돌과 네온사인, 그 위에 설치된 복층의 금속 난간, 캠핑 의자 그리고 화분과 같이 실내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의 조합이 문을 열자마자 우리를 맞이한다.


실내공간을 작업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마감재라고 하면 내부 공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가공된 것을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비닐하우스 내부에 설치되어있는 요소들을 마감재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어색할 만큼 건축 자재 날것 그대로의 특성이 드러나는 건축적인 공간이다.


문래동 버네큘러 디자인


그중에서도 좌우측 벽면과 천장에 메인으로 설치(마감이라는 말보다 설치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된 폴리카보네이트는 비닐하우스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주요 소재이다.

연약하고 투명한 성질의 폴리카보네이트와 튼튼하고 힘 있는 소재의 금속 구조가 오래된 친구 사이였다는 듯 잘 어우러진다.

폴리카보네이트 벽면을 따라 주욱 늘어선 목재 테이블은 굵은 나사가 그대로 드러나게 박혀있으며, 중앙에 위치한 계단 구조물은 캠핑 의자와 낮은 테이블이 놓인 독립된 공간으로 이어진다.


기존의 동네 모습을 건축물에 그대로 담고 싶었다는 건축가의 말처럼 닐하우스는 문래동-창작촌, 철공소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대로 반영하고 있다.


낮에 방문하면 카운터 상부의 천장으로 들어오는 자연채광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비닐하우스 플레이트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인과 본질의 조화, 고도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