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
글은 쓰고 싶은데, 도대체 뭘 써야 될지 모르겠는 그런 때가 있다. 그럴 땐 먼저 휴대폰 안에 저장된 사진첩을 들여다본다. 지난날의 사진들은 가장 쉽고 구체적인 기록이기 때문이다. 사진 한 장만으로도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6하원칙에 근거하여 한 편의 글을 작성할 수 있다. 그 사진의 주인공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때로는 풍경이든. 그 사진을 내가 찍었으니 관찰자 시점에서 글을 쓸 수도 있고, 그 사건현장에 있었으니 1인칭 주인공시점에서도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다. 그러니 글감이 없어서 못 쓴다는 말은 정말 핑계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진마저 없다면 그때는 글감 찾는 수고를 좀 해야한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나에 대해서 가장 솔직하게 드러낼 때 글이 춤을 춘다. 브랜딩 하겠다고 억지로 꾸며낸 캐릭터 말고, 가장 기본적인 나를 소재로 써 본다. 오히려 더 부담스럽고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목표는 누군가에게 글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오로지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나의 자유고, 글을 세상에 공유하는 것도 나의 선택이다. 일단 글을 쓰려거든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사실 글을 쓰려고 하는 것도 세상에 ‘나’라는 존재가 여기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거니까.
나는 여러 가지 사회적 역할을 가지고 있다. 원가족으로 따지면 누군가의 딸이거나 아들, 손자이고 손녀일 것이고, 내가 형성한 가족으로 보자면 남편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다. 직장 내에서 불려지는 호칭이나 직업인으로서 갖는 이름도 있고, 작은 소모임이나 동아리 심지어 무언가를 배우는 학습자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내가 얼마나 여러 가지 역할로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지 새삼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들과 부대끼며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도. 그러면 쓸 거리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나의 최근 관심사
내가 현재 가장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써 보는 것도 재미있다. 가장 신나는 글쓰기다. 물론 어쩌면 가장 답답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며 두 배가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한 고민을 글로 쓰면 생각보다 큰 위로를 받는다. 혹은 정말 즐겁고 신나는 일에 대해 쓰다 보면 한 시간 넘게 글을 쓰고도 아직 다 못 썼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관심사에 대해서 글쓰기를 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나의 뇌구조를 그려보는 것이다. 내 머릿속 공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밥 먹을 때도 화장실 갈 때도 생각나는 것. 웹툰? 유튜브? 뭐 그럴지도. 그냥 솔직하게 그렇게 쓰면 된다. 이왕이면 주로 뭘 보는지도 써 보면 좋다. 채널명이나 장르, 아니면 ‘숏츠’라고 써도 된다. 그러면 오늘 본 그 영상에 대해서 써 볼 수 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그 영상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자녀 교육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라면, 그 주제로 한 번 써 보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자녀 교육 가치관은 무엇인지, 요즘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요즘 관심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 보는 것이다.
나의 오감이 느낀 오늘
나에 대해서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이 힘든 오늘이라면, 그저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 하는데 옆에서 들려오는 엄마들의 수다라든지, 비 온 뒤 뒷산에서 피어오르는 새하얀 구름이라든지, 킥보드 하나를 두고 서로 타겠다고 다투던 두 아이에게 '엄마 손' 하니, 덥석 잡고 따라오던 둘째의 오동통한 손. 지난 생일에 선물받았던 무려 해외직구로 받은 프랑스산 홍차의 그윽한 향.
오감 관찰표에 오늘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고, 맛본 것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는 것이다. 오감이 한 장소, 한 사건에서 다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꼭 연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별로 오늘 마주한 감각들을 나열하듯 적어 본다. 이왕이면 좀 구체적으로 서술하듯이 쓰는 것이 좋다. 그중에 글로 쓰고 싶은 것이 분명 하나쯤은 생기기 마련이니 그것 하나만 쓰면 된다.
이 세 가지 방법만 써 봐도 한 달 동안 쓸 수 있다. 그래도 글쓰기 습관을 위해서는 기록 습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주 생각한다. 기록을 위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사진도 좀 찍고, 책 읽은 후에 감상도 끄적여놓고, 떠오르는 단상들도 붙잡아 대충이라도 적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는 ‘뭐에 대해서 쓰지?’에 대한 고민을 덜 할 수 있다.
대단한 글감이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하는 많은 이야기들. 결국 글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한테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 일상 속, 휴대폰 속, 내 마음 속에 있다.
내 안에, 글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