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독자를 연결하는 길로 나아가는 법
내 안에 가득 찬 응어리가 터져서 더는 머릿속에 머물 수 없을 때, 글을 써야 한다. 그냥 심심풀이로 간간히 썼던 글 말고, 이 내용은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들기게 되는 그런 주제 말이다. 정여울 작가는 <끝까지 쓰는 용기>에서 작가가 되려면 한 번쯤은 표현해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테마로,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은 슬픔’이라고 했다.
내 심장이 터져버릴 듯한 아픔을 표현해 보는 거예요. 슬픔만큼 중요한 주제는 없죠. 우리는 슬픔 때문에 무언가를 끝없이 창조하는 꿈을 꾸는 건지도 몰라요.
<끝까지 쓰는 용기> 정여울. P.166
내 마음속에 켜켜이 묻어둔 감정들을 마구 쏟아내니 글이 참 잘 써지더라. 어느 날 밤 맥주 두 캔을 마시면서 옛일들을 끄집어내며 미친 듯이 키보를 쳐댔다. 그렇게 순식간에 몇 편의 글이 뚝딱 완성되었다. 후련하다는 느낌과 함께 천재적인 작가인가 싶은 망상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글들을 모아 카카오브런치에 작가 신청했다. 결과는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떨어졌다. 심사하는 데 며칠 걸린다더니 참 빨리도 알려주더라. 그런데 놀랍게도 맨 정신으로 다시 보니 그 이유를 바로 알게 되었다. 아무도 내 감정 쓰레기통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
나를 위한 글쓰기는 나만 보면 된다. 누군가를 향한 원망섞인 말과 남 탓, 환경 탓하며 울부짖는 글을 어느 누구도 보고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들 저마다의 이유로 다 힘드니까. 내면에 있는 어리기만 한 꼬마 아이, 그 아이를 달래줘야 하는 건 바로 나다. 그래서 한동안 나를 위한 글쓰기를 했다. 꼭 어딘가에 보여줘야 되는 것도 아니고, 작가라는 말을 못 들어도 내 속에 들어있는 것들을 끄집어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게 중요하다.
그러니 그냥 쓰면 된다. 누가 볼까 두렵다는 마음이 생기니, 노트북에 워드파일 열어놓고 무작정 써내려갔다. 쓰다가 얼마든지 지울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크다. 내가 읽기에도 힘들면 지워버리면 그만이다. 흔적도 안 남는다. 걱정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다 ‘아,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를 위한 글쓰기에서 독자를 위한 글쓰기로 시선을 옮길 수 있는 여백이 생긴 것이다.
내 생각과 관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라이팅 유니버스>를 쓴 라이언 홀리데이는 ‘오래 사랑받는 작품을 위한 창작과 마케팅의 기술’ 중 하나로 독자를 향한 글쓰기를 얘기했다.
당신은 작품 속에 목표 대상이 머물며 서로 관계 맺을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크리에이터인 당신 자신을 위한 공간만 만드는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라이팅 유니버스> 라이언 홀리데이. p.132
일기를 쓰는 개인으로 남을지, 독자와 연결되는 창작자가 될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독자를 위한 글을 쓰겠다고, 단순히 최신 트렌드나 인기 있는 키워드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말아야 한다. 조회수를 위해 바깥 주제에 대해서만 글을 쓰다 보면, 점점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나를 위해 쓰되,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용어로 번역하거나, 독자를 위해 쓰더라도 내 이야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
나는 누구와 연결되고 싶은 걸까? 나의 이야기가 의미 있게 전달될 그 누군가는 어떤 사람일까? '내 글을 꼭 읽어주면 좋을 단 한 사람’을 떠올려보면 된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말을 건네듯 글을 써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 한 사람에게만 가 닿는 게 아니라, 비슷한 상황의 많은 독자들에게도 의미가 될 것이다.
나를 위해 오늘도 글을 쓴다. 그리고 내 묵은 감정과 이야기들이 밖으로 흘러넘쳐, 내 안에 빈 공간이 생기면, 멈추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글을 써본다. 내 글이 나에게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 응원이 되고, 공감이 된다면 그것이 바로 나와 독자가 연결되는 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