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글쓰기

독후감을 넘어서 설득력 있는 글로

by 제이유

어쩌다 보니 나는 주변인에게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획득했다. 아주 거짓말은 아닌 게 책 사는 것도, 책방에 가는 것도 좋아하고, 독서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항상 외치고 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서 습관은 생각만큼 단단한 습관이 아니었고, 읽더라도 기록하지 않으니 남는 게 없었다. 언젠가부터 '책 좋아한다'는 말이 부끄러워졌다.


'책을 많이 읽어야지, 그리고 서평을 써야지.' 열정이 솟아날 때 무료 책을 받고 리뷰를 쓰는 '정기 서평단'에 참여했다. 다양한 책을 접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호혜성의 원칙에 사로잡혀 좋은 말 위주로 쓰는 홍보성 리뷰가 대부분이었다. 괜찮은 책도 있었지만, 부실한 책도 많았다. 특히 오타가 쏟아지는 책을 읽었을 때, 오기가 나서 끝까지 읽고 30개 넘는 오타를 잡아 마케팅사에 보낸 뒤 활동을 중단했다. 그 경험이 내게 남긴 건, "내가 마음이 동하지 않는 글, 다른 독자를 속이는 글은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다.




좋은 서평이란


전문 서평가 이원석은 『서평 쓰는 법』에서 비판적 서평의 가치를 언급했다.

대체로 서평은 '제가 읽어보니 좋았습니다. 당신도 읽어보시겠습니까?' 하는 식이지만, 어떤 서평은 '제가 읽어보니 영 아니었습니다. 당신만은 읽지 마십시오.'라고도 합니다. (...) 모든 서평이 사회적 봉사이지만, 비판적 서평은 더욱 그렇습니다.

책에 대한 태도를 '적이냐, 친구냐'로 나누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그 역할은 전문 서평가에게 맡기고, 그들의 글을 감탄의 눈으로 탐닉하기로 했다. 나의 목적은 남는 독서를 위한 기록이라 비판까지는 못한다. 그래도 “독후감이 보여 주는 감동과 깨달음에 논리와 체계를 부여하며 설득력을 배가시킨 것”(이원석, 『서평 쓰는 법』) 을 절반이라도 해보려고 노력중이다.


서평 글쓰기를 막 시작하려는 분이라면,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라는 부제를 단 『책 읽고 글쓰기』를 추천한다. 일단 내가 쓸 ‘나의 서평’의 분량을 정하고 시작하는 부분이 아주 현실적이다. 한 줄 리뷰 같은 단형 서평, 블로그나 서평단 활동용인 중형 서평, 전문 서평가용 장형 서평까지. 우리의 관심사는 주로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리는 중형 서평일 것이다. 그러면 그 목적에 맞게 가이드를 따르면 된다.


나민애 교수는 블로그 서평의 구조를 친절하게 아려주면서 이렇게 조언한다. "너무 길지 말 것, 어렵지 말 것, 그리고 핵심 한 방이 있을 것."


나민애 교수가 제시한 블로그 서평의 구조

(작가명)의 『책 제목』 - 핵심 키워드 1~2개
1. 서지사항 전체
2. 전체적 줄거리 (1~2 문단 이내)
3. 핵심 내용 3개 정도
: 중요한 대목 사진 촬영 > 중요한 대목 정리/인용 > 그 대목에 대한 나의 생각, 해석, 추천 등
4. 책에 대한 평가, 의의 정리

줄거리 요약과 나의 평가가 함께 들어가는 것이 서평이다. “서평러는 ‘꼽는 자’. 한 서평에서 너무 많이 꼽으면 지루하니, 총 세 가지만 꼽으라”는 그의 충고가 와닿았다. 책에서 제안하는 방법대로 쉽게 꼽아질 때도 있지만 단번에 그려지지 않는 책도 있다. 그럴 때 쓸 수 있는 나의 방법을 소개해 본다. 이름하여 ‘키워드맵으로 쓰는 서평 5단계’다.



키워드맵으로 쓰는 서평 5단계


1단계 : 책에 있는 문장 필사하기

밑줄 치기, 플래그, 사진 혹은 노트 필사로 마음에 남는 문장을 기록한다. 개인적으로 손으로 옮겨 적으며 동시에 떠오르는 연상 작용을 즐기기에 노트 필사를 선호한다.


2단계 : 핵심 키워드 가려내기

책을 완독 한 후 필사한 또는 사진으로 찍은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훑어본다. 필사한 경우에는 핵심 키워드에 형광펜을 칠한다. 이제 다시 형광펜으로 표시한 부분만 다시 쭉 읽는다. 그러면 아마도 키워드끼리 중복되거나 의미가 연결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세 가지 정도 꼽으면 된다.


3단계 : 키워드 맵 작성하기

최대한 필사한 문장에서 나온 핵심 키워드를 옮긴다. 나의 해석이 아닌 책 속에서 나온 단어들을 연결 지어 맞닿은 것끼리 분류해서 키워드맵을 그리는 것이다. 되도록 단어로 간단히 쓰려고 하는데, 헤르만 헤세의『데미안』의 경우, 문장 표현이 너무 주옥같고 숭고해서 구문으로 옮길 수밖에 없더라. 그저 내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된다.


4단계 : 키워드 연결하고 질문하기

이제 키워드를 연결하고 질문을 던지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때는 정리할 때와 달리 다른 색깔(파란색, 빨간색 등) 볼펜으로 작성한다. 예컨대『데미안』에서 '내 안의 나' 키워드로 시작해 결국 추구하는 것은 '각성된 인간'이라는 것을 화살표로 연결해 본다. ‘어떻게 각성하고 자신을 찾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싱클레어가 그림을 통해 머릿속에 맴도는 추상적인 것을 밖으로 꺼내어 떨어뜨려 바라볼 수 있었던 것, 내 안으로 침잠하여 명상함으로써 내면에 집중했다는 것, 그리고 멘토와 끊임없이 대화를 통해 더 깊이 생각을 뻗어나갔다는 것으로 정리했다. 한편 크나우어 같은 존재에 대해선 내 나름의 의문을 달았다.


5단계 : 나만의 결론 정리하기

이 5단계가 없으면, 실컷 정리만 하고 끝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나에게 이 책이 주는 '의미감'을 정리해 보는 것이다. 책에 대한 평가도 결국 개인적일 수밖에 없기에 스스로 해석한 의미감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 의의를 공감하는 독자는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의 의미감이 곧 예상 독자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데미안 키워드맵.jpg 『데미안』키워드맵




책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고, 노트와 펜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 받아들이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핵심 키워드를 찾고 연결하고 의문을 가지고 대답을 해나가다 보면, 책 한 권이 내게 오는 의미감은 분명 남다를 것이다. 나만의 결론까지 끌어내고 서평을 한 편 작성하고 나는 순간, 읽는 사람을 넘어 읽고 사유하는 사람으로서 거듭나는 것이기도 하다. 서평 한 편이 나의 창작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일단 한 번 써보시기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브런치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