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초대하려면 그릇부터 사야 하나?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내 손님이기도 하고 딸 손님이기도 한, 딸 친구들과 엄마들이다. 7명 식사로 어떤 것을 준비할까 고민하다 취향껏 먹을 수 있는 월납쌈으로 결정했다. 내놓았을 때 보기에 예쁘기도 하고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하니 좋은 선정이라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야채와 과일들을 다듬고 잘랐다. 오이를 칼로 채 썰고 나서 손목이 아파 당근을 채칼로 썰어봤다. 당근 반 개를 열심히 채칼에 밀어대다가, 볶음용으로 써야겠다 싶어 아예 다져서 반찬통에 따로 넣었다. 월남쌈에서 중요한 건 속에 들어가는 것들의 길이와 두께의 일정함이다. 좀 수고스럽더라도 요령을 피우지 않고 정직한 칼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오이, 당근, 상추, 파프리카 2가지, 게맛살, 파인애플을 준비해 큰 통에 넣어놓았다. 먹을 때 큰 접시에 담고 대패삼겹살만 데쳐 내면, 취향대로 골라 싸먹을 수 있으니 어른이든 아이든 크게 불만이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애써서 준비한 것이 무색하게 당황스러운 일이 식사 직전에 발생했다.
문제는 월남쌈을 먹으려면 생각보다 많은 접시와 그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속 재료들을 예쁘게 담을 큰 접시 2개, 라이스페이퍼 올릴 그릇 2개, 뜨거운 물 그릇 2개, 개인 앞접시 7개, 소스 그릇이 10개(어른들은 땅콩소스도 즐겨서), 고기 담은 그릇 2개, 물컵과 음료수컵, 커피잔, 찻잔. 집 안에 있는 그릇을 다 꺼내는 수준이 아니었다. 필요한 크기의 그릇이나 접시가 부족했다. 심지어 소스 그릇은 적당한 크기는 4개 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작은 접시도 쓰고 너무 작은 간장 종지도 꺼내 썼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던 월남쌈에 필요한 그릇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적잖이 당황했다.
3년 전엔가 그릇이 부족해 난처했던 일이 또 있었다. 우리 집에서 창작 모임을 했는데, 한 회원이 점심으로 같이 먹자고 사골만둣국을 포장해왔다. 무려 열 명이 먹을 수 있도록 말이다. 문제는 만둣국을 담을 큰 면기가 5개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5명은 면기에 주고 나머지는 국그릇에 담으면 되었을 것인데, 주도적으로 나의 주방에서 만둣국을 담고 있던 회원이 여기저기서 그릇을 꺼냈다. 결국 오목한 파스타 접시까지 동원되었는데, 나는 그 파스타 접시에 담긴 만둣국을 먹으면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그 후 면기를 추가로 5개를 주문해 10개를 맞추었지만, 우리집에 10명이 와 국수나 만둣국을 먹는 일은 다신 없었다.
이번에는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했지만, 그것을 식탁에 내놓을 때의 상황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그릇 욕심도 없고 요리 열정은 더욱 없는 나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월남쌈이 아니라 이미 있는 10개의 면기를 활용할 수 있는 한 그릇 음식을 했어야 했다. 그렇다고 다시 언젠가 7명 이상이 월남쌈을 먹을 날을 위하여 10개의 소스 그릇을 사고 싶진 않다. 일회용 접시는 더더욱 쓰고 싶지 않다.
다음엔 더 간단한 요리를 준비해야겠다. 아니면 식사는 밖에 나가서 식당에서 하거나. '아예 사람을 초대하지 않거나?' 라고 말했다가, 글쓰기 동료가 강하게 만류했다. 그럼 적당히 초대하거나. 나는 소로처럼 아무것도 없던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사는 자연인이 아니기에, 원래 없으니 알아서 먹으라고는 못 하겠다. 다만 메뉴 선정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 더 잘 대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더 수월해지기 위해서. 그래서 초대를 하지 말아야지, 하는 냉소적인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