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1

풍경 속에 풍경

by openmac




피사체로 바위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국내에서 개인적으로 절개지 촬영을 했던 것이 모티브가 되었다. 지리산 자락의 물줄기를 따라 걷다 발견한 바위에서 느꼈던 그들의 아우라가 히말라야 산자락의 바위로 나를 이끌었다. 이 바위들은 나보다 먼저 그곳에 도착하여 있었다. 언제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나보다 먼저 그곳에 도착하여 내가 보고 있는 하늘과 자연과 경관을 이전부터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의 풍경과 더불어 내 앞에 선 그들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뒤쫓았다.






처음 이 바위를 보고 여기에 온 이유를 알게되었다 멀리 KKH와 전신주가 보인다



파미르 고원, 사회과 부도에서 보던 곳을 지나왔다. 높이 4700미터의 국경선을 넘어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거쳐(KKH 파키스탄~중국) 해발 3600미터 카라쿨 호수에 내렸다. 그 날 오후에 도착해서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돌았다.

인적은 없고 높은 고도라 나무도 자라지 않았다. 발과 날개가 있는 건 여기에 머물지 않았고 발과 날개가 있는 것들이 지나쳐갔다.

나는 카메라를 품고 왔고 발과 날개가 퇴화된 것을 찍었다.

민둥 한 능선을 닮은 바위, 칠흑같이 어두운 바위, 누어 자는 바위, 동물형상 바위, 모레 바람에 풍화되고 있는 바위, 바위라고 쓰지만 그날 카메라로 통해 본 바위는 잠시 오래 머물다 없어지는 나 같은 생명체였다.




https://ko.wikipedia.org/wiki/%EC%B9%B4%EB%9D%BC%EC%BD%94%EB%9E%8C_%EA%B3%A0%EC%86%8D%EB%8F%84%EB%A1%9C





칠흑같은 바위와 만년설, 그늘진 바위의 암부의 디테일을 본 순간 끌려들어 갈 거 같았다



인도 뉴델리에서 어렵사리 구한 흑백 중형 필름이었다. 후지 아크로스와 롤라이플렉스 Tessar 75mm/f3.5 조합은 신의 한 수였다. 뉴델리 곳곳의 카메라점과 현상소를 돌아다녀 구한 필름이 아크로스 30 롤이었다(든든했다). 티베트를 떠나 네팔에서 촬영한 필름을 보내고 인도에서 꼭 흑백 필름을 구할 생각이었다. 반신반의하며 쓰게 되었지만 현상과 스캔 후 놀랄만한 디테일과 관용도를 보여주었다. 그 점을 이 바위 사진에서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거 같은 암부이지만 살짝만 농도를 밝게 해도 칠흘같은 그림자에 질감들이 만져졌다.
이 사진에서는 그 부분을 더 어둡게 해서 아무런 질감을 살리지 않았다. 까마득한 어둠을 한낮에 공간에 배치하고 싶었다. 마침 빛이 거길 지나갔고 때마침 나도 거기 서 있었다. 한동안 오래 서 있었다.





언덕 넘어에 아니 해발이 높다 보니 한길가에 있는 언덕도 3500미터가 넘는 산들이다



지금 글을 쓰며 큰 화면에 세밀한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저 언덕 너머에 무엇이 있나 걸어 올라가야 할거 같은 충동이 인다. 왜 넘어가 보지 안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밀려온다. 시간 현실은 그때 멈추었지만 십 년이 흐른 지금도 감정 현실은 시간이 끼어들지 못한다. 가깝고 먼 것은 공간과 시간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잃어가며 지워져 간다. 사진을 보는 분들도 눌러서 확대해서 보시길 저의 감각이 어디에 있는지 저 너머에도 와 보시길.






이만큼만 보여드립니다



"이만큼만 보여드립니다" 저 안에 얼마만큼 커다란 바위가 흙속에 숨어 있는지 모를 일이다. 아니면 딱 평평한 돌이 저만큼만 있을지도. 풍화작용이 진행되는 시점에 따라 돌의 일부분만 보지 못했을 것이다. 또 아닐 수도 있다. 모래들이 바람에 날려와서 비탈진 바위면을 타고 지나갔다 그러며 가운데는 오목하게 파였다. 더 이상 자라나지 못하는 바위는 다듬어진다. 그 보다 작은 것들로부터 거친 표면은 윤이 나고 모진 바위는 생판 다른 얼굴을 가진다 그것도 진행의 가면 일수도 있다. 바위는 더 커지지는 않아도 자신을 단련시킨다. 작고 부드러운 것에서 교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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