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위에 엇갈린 풍경 3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에서

by openmac




IMG_2736.jpg 기차에서 숙박을 하면 보통 담요랑 이불을 빌린다 아니면 노숙인 포스도 괜찮다 <안제로수젠스크>




스웨터 허리띠 안으로 동여 메고

서늘한 새벽 홑이불을 끌어안았는데

푸르스름한 이불은 발치에도 보이지 않고

여명을 이불 삼아 아침을 조금 더 덮어둔다








DSC02216.jpg 그날 아침은 침대 머리 쪽에서 동이 떠올랐는데 한시간을 더 달려도 여명은 남아 있었다 <카메로보>




끈적하게 흐르는 유속에 철교 위를 달리던 기차마저 빨려들듯 느려진다

동쪽으로 달릴수록 새벽이 두어 시간 빨리 찾아온다

해가 떠도 어디 갈 곳 없는 승객들은

기차에 누어 긴 아침과 약속된 조우를 한다







하얀 자작나무가 붉게 물드는 것 내가 본 풍경 중에 더 앞장에 넣을 카드는 없다





소리 나는 러시아말은 들리지 않아

언어가 일어나지 않은 아침에서야

나는 바쁘다

소리 없는 말을 듣는 이른 아침

나는 끄덕인다

일어나 앉아 지나가는 무언들에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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