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에서
스웨터 허리띠 안으로 동여 메고
서늘한 새벽 홑이불을 끌어안았는데
푸르스름한 이불은 발치에도 보이지 않고
여명을 이불 삼아 아침을 조금 더 덮어둔다
끈적하게 흐르는 유속에 철교 위를 달리던 기차마저 빨려들듯 느려진다
동쪽으로 달릴수록 새벽이 두어 시간 빨리 찾아온다
해가 떠도 어디 갈 곳 없는 승객들은
기차에 누어 긴 아침과 약속된 조우를 한다
소리 나는 러시아말은 들리지 않아
언어가 일어나지 않은 아침에서야
나는 바쁘다
소리 없는 말을 듣는 이른 아침
나는 끄덕인다
일어나 앉아 지나가는 무언들에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