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위에 엇갈린 풍경 2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에서

by openmac






모스크바를 벗어난 마을


문명이 퇴색되면

본연의 색은 무엇으로 칠해질까

원색의 페인트가 햇빛에 씻겨지면

무채색의 향연일까

모스크바 교외를 빠져나온 풍경은

수억만 가지 색의 스펙트럼 가운데

잿빛으로 발색한다










손을 맞닿으면 전기가 흐를 때가 있었다 <자고르스크 인근>


마을이 있는 곳에 전기가 들어온다

아니다 전기가 지나가는 곳에 집들이 모인다

모인 곳에 들어오는 것인지

지나가는 곳에 모이는 것인지

모호하다

손을 맞닿으면 전기가 흐를 때가 있었다

감정이 있어서 전기가 흐른 것인지

몸은 전기가 흐르는 도체이었기에 감전된 것인지

모호하지만

불꽃 튀는 날들이 있었다








도심을 떠나면 집집마다 구역을 나눈 울타리가 보인다 <자고르스크 인근>


오래된 집은 근처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목재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손가락으로 살짝 밀어 넘어지기 시작한 도미노 같고 그 높이가 넘어다 볼 수 있는 것들이라서

야생동물에게서 보호받기 위한 울타리로 보였다

이삼층으로 들어서는 집들의 그건 철재로 되어있다

금속 울타리로 둘러싼 집들은 사람의 통제를 위한

장벽으로 보인다

사람을 의지하면서도 견제하며 사람만이 사람을 위협하는 자연스럽지 못한 동물원이다

높은 우리 속에 우리는 안도감을 느낀다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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