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2

풍경 속에 풍경

by openmac





여백이 없는 사진은 사색이 들어갈 틈이 부족해진다



사진은 시라고 했다. 시를 잘 모르는 나는 담백하게 단순하게 찍으려고만 했다. 그러다 보니 피사체에 가까워져 그 주변을 둘러보는 시선은 어두웠다. 시를 알았더라면 이 사진의 여백은 달라졌을까 시로 인해 달라진 사진은 나를 변화시켰을까?







이 사진이 오늘 더 좋다 프레임을 잘 나눴다 암부와 명부의 대조가 원근으로 잘(흡족하게) 분리되었다 "잘 찍었다"



사족을 다는 것이지만 먼 만년설이 아득하게 멀다 눈의 초점이 수 킬로 떨어져 있는 봉우리를 보는 듯 따라간다. 무슨 말이냐면 키보드를 치는 곳과 설산을 보는 초점이 달라서 입체적으로 보인다는 말씀. 카라쿨 호수에 만년설의 반영은 잔물결에 흐리지만 투영된 봉우리는 나와 가깝다. 그 물은 맑고 시리도록 차갑게 느껴진다. 왼쪽에 드리워진 질감 없는 바위의 형체는 산의 허리를 당겨 놓은 듯 육중한 무게로 앞에 서있다. 밀쳐낼 수 없으니 내가 밀려난다. 이런 걸 자화자찬이라고 하지만 자기를 다독거리는 격려가 필요하다. 다른 누구보다 자신을 지켜봐 주고 위로해줘야 한다.








커다란 가리비를 닮은 바위, 비너스의 탄생이 생각났었다. 국경도시 소스트



비너스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이만한 크기의 가리비가 아니면 힘들었겠지. 비너스 탄생 전에 큰 가리비가 탄생했을 것이다. 히말라야의 고봉들은 바다가 융기되어 생겨난 곳이기에 큰 가리비의 화석일지도 모른다. 어디까지 막된 상상을 할지 궁금하지도 않겠지만 난 그렇다 사진을 찍을 때 무수한 생각 중에 한 꼬리를 잡아간다. 그러면 신화가 내 앞에서 탄생한다. 흥분하며 자꾸 주위를 맴돈다. 어루만지며 이야기도 건넨다. 가능한 짧은 시간이지만 교감을 나눈다. 그러면 내 이야기책의 줄거리가 된다. 그럼 훌륭한 삽화를 어떻게 찍을지에 대해 고심하는 즐거운 시간이 온다.






콩구르 산과 바다코끼리처럼 엉킨바위



밤이 지나고 설산 너머로 차갑게 식은 햇살이 누운 바위 피부에 와 닿는다. 차가운 설산을 넘은 햇살은 온기를 잃어 밤새 체온을 빼앗긴 바다코끼리를 위로 하기엔 오랜 시간이 걸릴듯했다. 그런 바위들은 자리싸움하지 않고 자신에 몸에 햇살이 닿길 꼼작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꼼작하지 않는 피사체는 이럴 때 살갑다. 셔터를 살포시 누르며 꼼짝하지 않으면 시간도 옴짝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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