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7

티베트의 어머니

by openmac




신에게 무엇인가를 간절히 빈다는 것은 내 생애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티베트인들이 오체투지를 하는 것은 모르긴 몰라도 그들 스스로의 삶에서 무엇인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은 나 스스로 내 생애 무엇인가를 바라기 때문에 찍는 것이리라. 온몸(정확하게는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을 땅바닥에 대고 몇 번이고, 몇 백번이고 일어섰다가 절했다가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그들의 뒷모습은 마치 그곳에 늘 있었던 것과 같은 존재감이 있었다. 내가 찾던, 뒤쫓고 있었던, 내 생에 바라던 그 무엇인가와 흡사하게 닮아 있는 듯한 느낌으로..





티베트 라사의 포탈라궁 통치자이며 스승인 달라이 라마가 떠나버린 궁은 라사의 관광명소로만 보였다..



중국의 자금성 앞에서 성각과 모택동 초상화를 배경으로 해 기념촬영을 하는 중국인들과 관광객들의 사진을 깊이 찍었다. 인문학 지식과 사상에 바탕을 둔 관심이 아니었다. 이 점을 몇 자 쓰는 것보다 다음 기회에 사진으로 보여드리겠다. 이러한 대륙 곳곳의 모습들을 담고 싶었다. 티베트도 그곳 중에 한 곳이었다. 역시 한족들은 포탈라궁을 배경을 삼아 기념사진을 담는 모습은 자금성의 그것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티베트 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기념사진을 찍지 않았다. 달라이 라마가 떠나버린 포탈라궁을 배경으로 그들은 등을 보이며 서 있지 않았다.

이 사진은 찍을 수 있었고 찍게 되어 가끔씩 자긍심을 가지는 것 중에 한 장이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알려지지 않아도 아무런 아쉬움은 없어도 혼자 볼 때마다 찍을 수 있었던 기회를 가진 점에 대해 감사하고 감사한다.




긴 머리칼과 실타래를 같이 끝이 없이 엮었는데 마치 뫼비우스 띠처럼 영겁의 윤회를 엮었다



그랬다 그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기억에도 아련하다. 마니차를 돌리며 와 오체투지를 했으며 합장과 큰절을 끝내고 홀연히 떠났다. 합장을 하며 절을 올릴 땐 사위를 보며 기도를 했다. 남쪽에 서 있던 나는 그들이 동쪽과 남쪽 서쪽을 보며 머리 조아릴 때 잠시 옆모습을 살필 수 있었는데 그 눈빛에 비친 것은 내가 보는 주변의 것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온화한 빛이었고 적막했던 하늘호수의 고요함이 서렸고 현시점에 머무는 눈빛이 아니었다. 내세를 볼 수 있다면 그 눈빛이어야 할 것이고 그 순간에 전생을 보았다면 난 믿었을 것이다.




기도를 하고 외투를 입고 또 마지막으로 합장을 했다. 헝클어진 머리는 이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가다듬었다.



쓰촨 성 청두에서 출발해 비행기로 라싸에 도착했다. 해발 3700m. 공항에 내려도 고도는 내 몸이 기억하는 땅의 고도가 아니다. 밤에 잠을 자다가도 숨을 쉬기 어려워 깨곤 했다. 며칠은 이동을 삼가고 라싸에 머무르며 포탈라 궁 앞을 서성였다. 광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한족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찍을 수 있었다. 준비된 티베트 전통복을 빌려 입고 찍든가 야크 등에 올라타 기세 등등한 모습으로 포탈라 궁을 등을 지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 모습을 몇 컷 담고는 시선은 큰 도로 건너편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 인들에게 빠졌다. 사람들이 왕래하는 인도에서 내려와 위험하게도 도로 가장자리에서 절을 했었다. 자연스레 인도는 제단이 되었다. 그 앞을 오고 가는 티베트 인들은 없었다. 다들 도로로 내려와서 오고 갔었다.





보도블록이 있는 인도는 성스러운 제단으로 바뀐다. 마니차를 올려놓던지 긴 순례길을 따라온 큰 개들이 배를 깔고 있었다


뒷모습을 나에게 내어주고 기도를 했다. 기도의 제목은 알 수 없다. 무엇이라 말하지도 않았다. 간절한 기도는 언어가 아니다. 믿음이다.







포탈라 궁 보다 견고한 믿음은 무너진 티베트의 국경보다 높다. 이건 중국도 넘을 수 없다.



유달리 어머니들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그들 자녀의 유무에 상관없이 어머니의 뒷모습들이 보인다. 나의 어머니가 아니어도 형상으로의 포근함과 어미품의 향기가 품긴다. 그들의 기도는 말이 아니어도 들렸고 그들의 믿음은 공들여 쌓지 않아도 만리를 넘었다.







성지에 기도를 올리는 것이 아니다, 보이는 것의 존재는 헛되다


포탈라궁 전통적인 단일 건축물로서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며, 동아시아에 있는 어떠한 단일 전통 건축물보다 크다. 동서의 길이가 360m (나무 위키). 그들은 텅 빈 포탈라궁을 보며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니다. 관광명소로 입장료를 받고 있는 성지에다가 오체투지를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자기 몸이 성전이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들을 카메라 파인더로 쳐다볼 때 저 높고 견고한 궁전보다 그들을 더 높여 주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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