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내 사진 4

훈자

by openmac




후추가 놓인 까페 테이블, 미루나무와 살구나무로 덮힌 마을


소제목으로 훈자라고 써 놓고 뭐라 덧붙일 걸 생각하다 하다 그냥 훈자가 되었다. 그런 거 있지 않나 추억에 대한 향기. 문득 전해오는 냄새로 오래전 기억창고의 문이 스르륵 열릴 때, 접착제를 쓸 때는 어릴 적 프라모델을 만들고 있을 때의 집안 풍경이든, 할머니 몰래 다락에서 칙칙한 백열등 아래 쥐똥인지, 플라스틱 똥가리(쪼가리)인 줄도 식별 안 되는 밝기에서 한여름 슬레이트 지붕에 뜨거워진 냄새 속에 프라모델을 만들던 기억, 또 연탄 고기 먹을 땐 하굣길에 대문 앞 연탄창고 위에 올려두고 다라이(대야)에 덮어 놓았던 프라모델 박스를 할머니께 인사하고 나서 다시 눈치 보며 몰래 책상 밑에 숨겼을 때 그럴 때, 연탄에서 났던 젖은 석탄 냄새가 떠올리게 하는 수많은 기억의 문고리. 훈자에는 그런 냄새가 있다. 혼자만의 방향제.




레이디핑거(산봉우리)를 보기 위해 오른 뒷산 양양이



그곳에 냄새를 정의하라고 하니 코끝에 왔던 향이 멀어져 간다. 여기엔 없던 냄새라서 그럴지도 모를 일. 살구꽃이 지던 계절이 아니었고 눈보라가 내리던 시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냄새와 향기 사이에 무언가가 났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모티브가 된 무대였다는데 환경이 가져다주는 임펙트와 또 다른 것이 있었다면 그에게도 훈자 마을의 그것이 자극되었으리라.



내가 좋아하는 내 사진. 할아버지집 이라는 곳을 찾아가서 2층 두번째 방


팔천 미터 가까운 만년설을 목을 내밀지 않아도 보인다. 전망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훈자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물이다. 마시는 물은 생수를 꼭 사 먹어야 한다. 샤워하는 물 또 거기서 사 먹게 되는 모든 음식에 빙하에서 녹은 물을 이용하게 되는데 수로를 타고 내려오는 그 물을 햇빛 아래서 보게 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금빛으로 용트림하듯 꿀렁이며 아래로 내려가는 물을 침잠시켜서 씻고 먹고 한다. 빙하에서 내려오는 물은 깨끗했다. 올라가 봐서 안다. 어쩌다 그 물이 용광로처럼 광물로 가득한지. 싫고 좋고가 아니라 충격이었다. 이런 것들이 뭉텅이 져서 내가 가진 훈자의 향수다 그 향기로 훈자 마을을 다시 그리워하는 향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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