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내 사진 8

보고 곡하고 듣고 깨닫고

by openmac




Untitled-29.jpg 라싸 현지인들의 다방. 잔돈을 올려두면 빈 잔에 차를 따른다. 알아서 거슬러 간다.




두꺼운 앨범에는 흑백사진으로 시작된다. 산, 하늘, 사람, 집, 돌담길, 잔칫집, 병풍 이 모든 것이 흑백이다. 옛 모습은 검정과 회색 흰색으로만 채색되어 있었다. 어린 내 모습까지도 기억이 없는 사물들은 흑백으로 칠해져 있다. 티브이도 그랬다. 흑백 티브이가 있었고 80년대에 칼라 티브이를 볼 수 있었으니, 바보라고 놀리겠지만 그 사진들을 보며 그 옛적에는 칼라가 없다는 고정관념에 차있었다.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다. 색깔 없는 시대를 살아온 삼촌, 할머니, 엄마, 아빠가 측은해 보였을 것이다. 또 놀림을 당하겠지만 나의 첫 칼라의 기억은 엄마가 사 온 20인치나 댔을까 그 칼라 티브이다. 밤 9시나 잠들었나 흑백 티브이가 고장이나 그날 밤은 토요일이지만 일찍 잠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토요명화가 하고 있었나 보다. 밀림의 울창한 숲과 늪이 보였다. 연녹색과 풍부한 녹색빛이 가득했다. 첫 기억의 칼라다. 난 방바닥에 베개도 없이 자고 있었나 보다 다리 발 없는 칼라티비과 낮게 방바닥에 놓여 있었다.




Untitled-48.jpg 티베트 건물은 유난히 건물에 자연광이 들어오지 않는다 벽이 두껍거나 창이 작다. 갓 없는 백열등이 붉게 칠을 한다



영화 '빠삐용' 한 장면이었다. 원주민을 만난 주인공은 가슴팍에 짙은색의 나비를 문신하게 된다. 무기수에게 자유의 뜻이 담긴 것을 품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 영화가 칼라 티브이로 본 첫 영화다.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묻지 않았다. 내가 본 허점이 당연하다고.

여행하며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반 벙어리 신세다. 그나마 일본인을 만나면 최소한의 정보든 일상적인 말만 주고받을까. 현지인들과의 대화는 꿈도 꾸지 못한다. 가장 간단한 인사말, 물건을 살 때 숫자 등만 외우는 것이 고작이다. 수박 겉핥기 식의 여행이다. 현지인들만 출입하는 곳에 들어가서도 차만 홀짝이며 몇 장 찍는 것으로 경험했다며 만족한다. UHD 화질의 시대에 화이트 밸런스도 엉망인 필름에 담겨 잊힌 기억 몇 조각을 내세워하는 나를 비판한다.




Untitled-10.jpg 내가 좋아하는 내 사진. 잘못 잡힌듯한 이 사진이 난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포탈라궁은 그냥 배경일뿐 푸른색 밑바탕에 톡 튀는 붉은색. 일부분의 신체만 찍혔지만 저 한쪽 귀와 올려다보는 얼굴각을 보면 잘못 잘 찍었다고 늘 말한다. 혼자 말한다.

귀를 기울이는 하나의 귀만 있어도 그 마음만 있어도 나는 나의 여행기를 쓰고 있을 것이지만 고흐의 잘린 귀 하나마저 없는 나는 나의 허점만 쓰는 형편이다. 올해 겨울에 또 인도와 네팔을 간다. 보고만 올 것인가 듣고 깨닫고 올 것인지는 다녀와서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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