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의 뜨거운 감자 '확률 조작'
얼마 전 확률성 뽑기 아이템의 확률 표기 불량으로 공정위로부터 시정 명령과 과태료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게임 회사들에 관한 소식을 전해 드린 바 있는데요. 문제는 이러한 확률 아이템 조작 사례가 비단 공정위에 적발된 게임들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그동안 확률 미표기, 허위 표기 등으로 유저들을 기만하다가 들통난 게임들이 적지 않은데, 처벌을 받거나 피해자 보상이 이루어진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늘은 이렇게 확률성 아이템으로 논란이 발생했던 게임들의 사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넥슨에서 개발한 마비노기 영웅전은 서비스 초반만 해도 콘솔 게임이 연상되는 액션성과 과하지 않은 과금 시스템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강화 시스템이 게임의 중심이 되고, 확률성 아이템을 추가하면서 이제는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금 유도형 온라인게임이 되었습니다. 특히 외형 아이템을 확률성 상자로 판매하는 방식은 극악의 확률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확률 조작 의혹도 바로 이 외형 아이템을 담은 확률성 상자에서 발생했습니다. 캐릭터가 장비할 수 있는 날개 아이템을 포함해 수십 종의 아이템들이 담긴 ‘스칼렛 플루트’라는 키트 아이템을 판매했는데요. 이 키트는 개봉할 때 확률적으로 ‘일렁이는 불 조각’이라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렁이는 불 조각은 일정한 개수를 모을 경우 날개 아이템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스칼렛 플루트에서 날개 아이템을 얻지 못하더라도 일렁이는 불 조각을 모아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 바 천장을 만들어 준 것이죠.
키트의 극악한 확률은 둘째 치고, 여기까지는 과금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방식입니다. 그런데 한 유저가 일렁이는 불 조각을 획득하는 확률에 조작이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캐릭터 소지품 창에 일렁이는 불 조각이 없으면 키트 개봉 시 무조건 하나를 얻는다는 겁니다. 반면 일렁이는 불 조각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획득 확률이 줄어든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되었습니다. 즉, 일렁이는 불 조각의 획득 확률을 갈수록 낮추어서 더 많은 키트를 구매하도록 유도했다는 의심이 드는 정황입니다.
넥슨은 이에 대해 단순히 버그에 의해 발생한 현상이며, 기획의도 상으로는 일렁이는 불 조각을 획득하지 못하는 것도 정상적인 상황이나 버그를 이용해 획득한 유저들과의 형평성을 위해 그동안 키트에서 해당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한 유저에게 일괄 보상을 한다고 공지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버그가 발생한 경위에 대한 해명도 없고, 키트 아이템의 확률도 공개하지 않아 유저들의 의혹과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리니지M 출시 이후 입지가 좁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리니지2: 레볼루션도 서비스 초기에 확률 조작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뽑기 아이템의 확률이 아닌 강화 확률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한 유저가 강화 확률 100%에서 강화가 실패한 스크린샷을 올리면서 논란이 생긴 건데요. 문제는 유저가 테스트한 +2강에서 +3강은 본래 100%로 강화가 되어야 하는 구간인데다, 유료로 판매하는 강화 확률 상승 아이템까지 사용한 상태였다는 데 있습니다.
넷마블은 이 문제에 대해 네트워크의 불안정으로 인한 오류라는 해명을 했습니다. 강화하는 순간 네트워크 장애가 생겨 유저의 클라이언트에는 제대로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며, 실제 게임상에서는 강화가 성공했다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이 경우에는 재접속을 했을 때 강화 수치가 제대로 적용이 되어야 하지만, 의혹을 제기한 유저는 재접속을 해도 마찬가지라며 넷마블의 해명에 반박했습니다. 결국 이에 대한 의혹은 해결되지 않은 채, 보상 아이템을 뿌리고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넷마블 게임에서 강화 확률 조작 논란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몬스터 길들이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몬스터 길들이기에서는 강화 실패 시 일정한 강화 포인트가 쌓이게 되고, 이 포인트가 100에 이르면 무조건 성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것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죠. 이에 대해 넷마블은 몬스터의 등급 인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사커 스피리츠는 축구를 소재로 한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게임으로, 비주얼만 보면 일본게임 같지만 국내 회사인 빅볼에서 제작하고 컴투스에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게임이 다 그렇듯 높은 등급의 캐릭터를 수집하는 것이 게임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이 목표는 캐릭터 뽑기 운에 따라 달라지므로 뽑기의 확률은 매우 민감한 사항입니다.
뽑기에서 5성 이상의 캐릭터가 등장할 확률은 5.5%로 고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폐기된 시스템인데, 이전에는 43차 뽑기까지 5성 캐릭터를 얻지 못하면 44차에서 확정적으로 5성 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유저들이 44차 확정으로만 5성 캐릭터를 얻으면서, 5성 캐릭터를 얻을 실제 확률이 5.5%보다 낮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불거졌습니다. 그러자 한 유저가 무려 564회의 리세마라*를 이용해 5성 이상의 캐릭터를 얻은 확률이 약 3.1% 정도라는 통계 결과를 공개합니다. 그리고 이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컴투스 측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5.5%라는 확률이 44차 뽑기에서 획득하는 확정을 포함한 것이었습니다. 5성 이상의 캐릭터를 뽑을 기본 확률이 3.2%, 그리고 44차 확정 뽑기의 보정 확률이 2.3%로, 이 둘을 합쳐 5.5%의 확률이 되었던 겁니다. 즉 의혹을 제기한 유저의 통계 결과가 실제 확률에 매우 근접했던 것이죠. 컴투스는 확률 표기 오류를 사과하는 한편, 기본 5성 이상 캐릭터의 뽑기 확률을 5%로 고정하고 보상을 제공하는 선에서 문제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리세마라: ‘리셋 마라톤’을 축약한 일본식 조어로, 모바일게임들이 초반에 무료로 제공하는 뽑기를 이용해 좋은 아이템이나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리셋을 반복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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